현대 사회의 정보 흐름은 마치 거센 급류와 같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진실은 점점 더 희미해지고, 우리의 비판적 사고 능력은 서서히 무뎌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재집권과 실리콘밸리 거물들의 영향력 강화는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제 미디어 리터러시의 부재는 단순한 교육적 공백이 아닌,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사회적 위기로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가장 큰 아이러니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우리가 점점 더 무지해진다는 점이다. 호주의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성인의 77%가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개념조차 모르거나 들어본 적이 없다니, 이것이 어찌 단순한 통계로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미디어는 우리 일상의 공기와 같이 편재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호흡하는 방법을 모른 채 질식해가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AI의 등장과 함께 비판적 사고력이 더욱 쇠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논문을 읽지 않고 ChatGPT에게 요약을 요청한다. 에세이를 스스로 구상하지 않고 AI에게 주제와 서론을 맡긴다. 이러한 지적 의존은 당장은 편리함을 가져다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사고 근육을 약화시키는 지적 위축의 원인이 된다. 우리는 지식의 무한한 바다 앞에서 스스로 항해하는 법을 잊어가고 있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의 최근 행보는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메타가 사실 확인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커뮤니티 노트‘ 시스템으로 전환한 것은 교육적 책임의 회피이자 진실에 대한 배신이다. 이 ‘커뮤니티 노트’란 무엇인가? 전문가가 아닌 일반 사용자들이 게시물에 대한 추가 맥락이나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사용자들이 직접 게시물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지 판단하고,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정보가 유용한지 결정하게 한다는 명분하에 도입되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이는 전문적인 사실 검증의 부담을 대중에게 전가하는 형태이다. 저커버그는 이를 ‘표현의 자유’라는 고귀한 이름으로 포장하지만, 그 본질은 무엇인가? 사실 확인을 검열이라 프레이밍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거짓과 진실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위험한 게임에 발을 들인 것이다.

알고리즘으로 큐레이션된 댓글 섹션은 무규제의 광장이 되어 집단 사고를 강화한다. ‘좋아요’가 많은 댓글이 상단에 표시되면서, 그것은 진실의 척도가 되어버렸다. 수십만 개의 ‘좋아요’를 받은 정치적 발언은 단순한 의견이 아닌 사실처럼 인식되고, 개인의 사고를 미묘하게 조종한다. 더욱 문제적인 것은 평범한 사용자들이 이런 댓글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디지털 대중의 투표장이 되어버린 무규제 공간에 우리의 진실을 맡기고 있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교육의 실패가 자리하고 있다. 미디어는 우리의 현대적 경전이 되었으나, 그것을 해석할 능력은 갖추지 못했다. 진정한 교육의 책임이 개인에게 전가되는 상황에서, 호주 성인의 대다수가 미디어 리터러시에 무지하다는 사실은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 실패를 의미한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저소득층, 교육 수준이 낮은 이들, 여성과 같은 취약계층이 이러한 리터러시 격차에서 더 큰 불이익을 받는다는 점이다.

미디어와 기술의 발전 속도는 가속화되는데, 우리의 비판적 사고력은 정체되어 있다. 정치 캠페인이 점점 더 소셜 미디어에 의존하는 시대에, 우리 사회는 정보의 바다에서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디지털 환경이 변화의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면, 우리의 교육 시스템과 미디어 플랫폼은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더욱 적극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강화해야 한다.

미래의 괴물은 기괴한 AI 예술이나 간단한 계산조차 ChatGPT에 의존하는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진정한 위험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비판적 사고 없이 그것에 의존하는 우리의 습관이다. 우리의 문화적 불안이 통제력을 잃기 전에, 지금이야말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재조명하고 비판적 사고의 재무장을 통해 디지털 미래를 다시 상상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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