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화물 택배를 이용하기 위해 터미널에 갔더니 고향으로 가는 직행버스 운행 횟수가 평소의 절반 이하로 대폭 줄어 있었다. 손님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미국은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주민들에게 자택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지구촌을 뒤흔드는 코로나의 위세 때문이다.

코로나는 격리를 강제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생소한 용어가 일상이 되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외출도, 함께 하는 운동도, 종교 의식도 자제가 미덕이 아니라 중단을 강요 받고 있는 상황이다. 넷플릭스가 유럽에서 영상 스트리밍 전송률을 낮춰 저화질 영상을 내보내기로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집에 갇힌 채 OTT에 매달려 트래픽 폭증을 우려한 때문이다.

코로나 격리 사회로 접어들면서 공연 같은 문화 행위가 실종되었다. 전쟁 통에도 멈추지 않았던 극장과 영화관, 미술관, 공연장, 박물관 등이 텅 비거나 문을 닫았다. 할리우드도 영화 제작과 개봉을 일제히 중단했다. 문화는 통상 ‘향유’라는 단어와 같이 쓸 때가 많다. 누리어 가진다는 뜻이다. 인간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기본 토대가 코로나 때문에 무너졌다.

다행히도 기술은 대안을 제시한다. 비록 현장을 찾아 생생한 분위기를 즐길 수는 없지만 안방에서 문화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디지털과 함께하는 슬기로운 코로나 생활이다. 독일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공연 일정을 취소한 대신 온라인으로 디지털 콘서트 홀을 열었다. 간단한 등록 절차를 거쳐 과거와 현재의 수백 편 공연 영상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비제의 카르멘을 시작으로 매일 공연 한 편을 보여주는 나이틀리 오페라 스트림(Nightly Opera Stream) 서비스를 시작했다. 무료이고 가입 절차도 요구하지 않는다. 세종문화회관은 4월 5일까지 일주일에 두 번 토요일과 일요일에 공연 실황을 유투브로 생중계하는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역시 고화질로 제작한 콘텐츠 ‘삭 온 스크린’(SAC ON SCREEN) 공연 7편을 유투브에 개방한다.

아시아 최대 미술 장터인 아트 바젤(Art Basel) 홍콩 2020은 코로나로 열리지 못하게 되자 2천여점의 모든 작품을 무료로 보여주는 온라인 뷰일 룸(Online Viewing Rooms)을 오픈했다. 영국의 대영 박물관, 프랑스 루부르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러시아 국립 에르미타시 미술관(State Hermitage Museum)은 유투브에 내부 영상이 공개되었다. 국내의 경우 국립현대미술관이 유투브에서 전시 감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국립중앙박물관도 온라인 전시관의 문을 열었다.

무대가 사라진 가수들의 온라인 공연도 잇따르고 있다.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타들이 자신의 집에서 온라인 자선 공연을 펼쳤고, 영국 록 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는 인스타그램에서 취소된 공연을 대신했다. 18명의 국내 뮤지션들은 각자 맡은 연주와 노래를 스스로 녹음하고 뮤직 비디오로 만든 코로나 이겨내기 응원가 ‘슈퍼스타’를 공개했다.

전세계에서 국경이 폐쇄되고, 이동이 제한되고, 교역마저 중단 위기에 놓였다. 고립과 격리가 일상이 된 전례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보다 더 빨리 공포가 전염되는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실이다. 애써 위로를 삼는다면 그나마 시간과 여유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자리를 내준 책을 다시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이고, 온라인으로 문화에 동참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도 존재한다. 초고속 인터넷 국가인 한국은 끊길 염려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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