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투브가 3월 말부터 전세계 이용자들에게 일부러 화질을 낮춰 서비스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국가인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넷플릭스는 EU의 권고에 따라 유럽 지역에 화질을 낮춘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코로나 사태의 여파다. 외출이나 이동이 제한되고, 자가 격리가 일상이 되자 사람들이 넘치는 시간을 인터넷에 매달려 과부하 사태를 우려한 때문이다.

사이버 보안 및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미국의 아카마이(Akamai)는 2020년 2월말부터 3월 말까지 세계 인터넷 트래픽이 30%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 이전의 월 평균 트래픽 3%와 비교하면 10배나 높아진 수치다. 특히 초기부터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중국과 한국, 일본, 이탈리아의 트래픽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KT 그룹 계열의 국내 디지털 미디어랩인 나스미디어가 ‘2020 인터넷 이용자 조사(NPR, Netizen Profile Research)’를 발표했다. 온라인 동영상 시청자의 93.7%가 유투브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상 콘텐츠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셈이다. 넷플릭스 이용률(28.7%)도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온라인 동영상 시청 시간은 1시간 38분이었고, 10대와 20대는 2시간이 넘었다.

이와는 대조적인 게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3월에 발표한 ‘국민 독서 실태 조사’ 결과다. 2018년 10월 1일부터 2019년 9월 30일까지 1년간 성인의 독서율은 52.1%, 독서량은 6.1권이었다. 1년 내내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절반 가량이었고, 읽어도 겨우 6권이었다. 이마저도 2017년에 비해 2권 넘게 줄었다.

흥미로운 것은 책을 읽지 않는 이유다.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라는 응답이 2013년에는 39.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게 해마다 줄어들더니 2019년에는 27.7%로 첫 순위 자리에서 밀려났다. 대신 ‘책 이외 다른 콘텐츠 이용’이 29.1%로 1위를 차지했다.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생겼지만 눈과 귀를 자극하는 보고 들을 다른 것들이 많아진 게 책을 가까이 하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라는 것이다. 유투브나 넷플릭스도 독서를 방해하는 대표적인 것 가운데 하나다.

디지털 유목민이 아니더라도 네트워크에 갇힌 채 모바일 기기와 인터넷, SNS 등과 분리되어 살 수 없게 된 게 요즘 현대인들의 모습이다. 디지털 시대의 이런 콘텐츠 소비 트렌드를 되돌리기는 어렵다. 단지 그 지나친 쏠림을 경계하고 치유하기 위해 아날로그에 기반한 디톡스의 삶을 지향하며 균형을 이루려는 슬기로운 디지털 생활이 강조된다.

인터넷 트래픽과 유투브, 넷플릭스 등의 폭증은 코로나 사태 장기화의 또 다른 부작용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만 아니라 디지털과의 거리 두기 연습도 필요하다. 대표적인 게 책 읽기다. 책은 사고의 폭과 삶의 지평을 넓혀주는 원동력이다. 비록 공공 도서관은 모두 문을 닫았지만 온라인 대출이 가능하다. 도서관과 협력해 책을 빌려주는 동네 서점도 많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은 4월 한 달간 ‘책과 함께 슬기로운 거리 두기!’ 독서 캠페인 활동을 벌인다. ‘책쉼터(book.dkyobobook.co.kr)’에 들어가면 전자책과 오디오북, 종이책 4만7천권을 누구라도 1인당 2권씩 무료로 읽을 수 있다. 책이 아니어도 온라인 공간에서 다양한 형태로 만날 수 있는 문화 예술 콘텐츠가 많다. 디지털 편식을 막아준다. 현명하고 균형 잡힌 디지털 생활, 책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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