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s)를 일컫는 SNS는 이미 우리 사회에 가장 지배적인 소통의 수단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의 급격한 보급으로 언제든지, 어디에서나,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는 ‘초연결시대’가 도래하면서 SNS는 우리 삶 곳곳에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페이스북을 열거나, 혼잡한 전철과 버스 안에서도 능숙한 솜씨로 카카오톡을 하며,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에 대한 반응을 수시로 확인하는 일은 이제 우리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고통도 그만큼 늘었습니다. 한시도 들여다 보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거나, 시도 때도 없이 의미 없는 카톡 메시지를 여기저기 날리곤 합니다. 페이스북 ‘좋아요’ 숫자가 적은 날에는 괜히 마음까지 울적해집니다. 심지어는 친구들에게 견디기 힘든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당하기도 하고, 험담과 폭언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SNS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종류의 심각한 사건과 사고를 접하다 보면, 풀리지 않는 커다란 의문이 일어납니다. 왜 SNS에서는 똑 같은 실수와 잘못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일까요? 지난번에 일어났던 일이 이번에도 또다시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순간의 잘못으로 평생 지울 수 없는 고통을 당해야만 하는데도 왜 사람들은 이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생각지 않을까요?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이나 해결책은 없습니다. 다만 이러한 현상에 대해 우리 모두가 생각해 볼 만한 사례와 그에 대해 고민할 지점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괴담, 허위, 폭로의 온상이 돼버린 SNS

지난 6월의 마지막 날에,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있는 대기업 그룹 회장의 사망설이 SNS를 타고 급속히 퍼졌습니다. 온라인 곳곳에서 사망 사실에 대한 공식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일파만파로 번졌습니다. 이른바 ‘증권가 찌라시’로 알려진 이 루머는 주식시장을 순식간에 요동치게 만들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그룹에서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지만, 찌라시 괴담의 여파는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바로 그 다음날에는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유명 배우와 관련된 루머가 인터넷을 한바탕 뒤집었습니다. 누가 봐도 허위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내용임에도 여기저기 옮겨지며 살이 붙은 소문은 그칠 줄 모르고 퍼져 나갔습니다. 심지어는 어느 종편 방송에 나온 패널이 진위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고 이 루머를 경솔하게 언급하는 바람에 파장은 더욱 커졌습니다. 며칠 만에 이 루머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고, 해당 루머 배우의 소속사에서는 강경한 법적 대응을 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런 경우 대부분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더 경악할 만한 일은, 온라인에서 무차별적으로 전파되는 루머와 사생활 폭로가 비단 연예인과 같은 유명인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일반인들에게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느 평범한 일반인 여성이 연예인의 아이를 낳은 숨겨진 여인으로 둔갑되기도 하고, 누군가에 의해 문란한 여성으로 악의적으로 조작되어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짓밟는 이러한 일들이 우리 사회에서는 실로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도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강남패치’ 사건은 이러한 무차별 폭로의 극단을 보여 주고 있는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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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될 명예가 있으면 날 고소하라구”

‘강남패치’라는 이름의 SNS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일반인들의 개인 정보와 사생활을 여과 없이 폭로하고 이들을 무차별적으로 혐오하는 내용을 올린 이번 사건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진행 중에 있습니다. 불과 10일 만에 팔로워가 10만 명을 넘어섰을 정도로 엄청난 반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사건 초기 이 계정 메인에 올려진 “훼손될 명예가 있으면 날 고소하라구”라는 문구는, 이번 사태에 대한 폭로자의 도덕적 불감이 얼마만큼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폭로자는 자신에 의해 사생활이 낱낱이 까발려지게 된 사람들을, 마치 보호받아야 할 명예나 인권조차 갖고 있지 않은 부류로 취급했습니다. 자신이 혐오하는 특정 부류의 사람들을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심판하기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법적 제재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듯한 폭로자의 이러한 당당한 태도는 여기에 무분별하게 호응하는 일부 대중들의 광기 어린 혐오 감정과 결합하여 마치 정의의 실천인 것처럼 포장되기까지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강남패치’ 운영자는 피해자들의 폭로내용을 삭제해 주는 조건으로 금품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결국 ‘강남패치’의 무차별 폭로 목적은 부도덕한 방법으로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는 데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강남패치 사건의 피해자 중, 결혼을 앞둔 평범한 여성이 파혼을 당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 여성은 평생 유흥업소에 가본 적도 없는데, 강남패치에 올라온 잘못된 신상털기로 결국 유흥업소 종사자가 되어 이러한 일을 당해야 했다고 합니다. 다른 피해자들 가운데는 정신병원에 입원을 하거나,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얼마나 고통스럽고 충격이 컸는지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피해자들이 ‘강남패치’의 운영자를 무더기로 고소하였고 현재 경찰이 수사에 착수해 있지만 범인을 검거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해당 인스타그램 계정이 이미 폐쇄되었고, 이 서비스가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수사에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게다가 강남패치 현상에 편승한 유사 폭로 계정들도 우후죽순 생겼습니다. 이들 계정 역시 ‘강남패치’와 마찬가지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 폭로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그 대상도 각양각색입니다. ‘OO패치’라는 이름을 달고 자신들이 특정한 대상들을 골라 마구잡이식 폭로를 일삼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계정들의 공통점이, 자신들이 혐오하는 대상을 타깃으로 삼아 공격한다는 점입니다. 남성, 여성, 동성애, 커뮤니티 회원 등 특정한 대상에 대한 극도의 혐오를 분출하고 있습니다. 이들도 결국 피해자들에 의해 고소가 접수돼 경찰의 수사 대상이 되어 있지만 법적 해결이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어둠 속으로 숨어버린 진실, 대나무숲

대학가에서 익명으로 자유로운 의견을 발산하는 ‘대나무숲’이라는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주로 페이스북 페이지에 개설되는데, 전국 대학교 대나무숲은 100여개에 이를 정도이며 그 개수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있습니다. ‘대나무숲’은 ‘임금님귀는 당나귀 귀’라는 옛이야기에서 비밀을 토로한 공간입니다. 유래된 이야기대로 혼자만 품고 있기 힘든 말들을 비교적 자유로운 조건에서 다수를 향해 펼칠 수 있습니다. 부당한 일을 당했다든지, 개선할 점에 대해서 주장을 펼치고 싶을 때, 혹은 누구에게도 말 못할 개인적인 이야기를 드러낼 공간을 찾지 못한 대학생들에게 ‘대나무숲’은 공론의 장 역할을 톡톡히 해왔습니다. 하지만 익명성이 가져온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나친 비방이나 폭로, 특정 개인에 대한 공격, 허위나 왜곡된 사실의 전달 등 자체적으로 정화하기 힘든 문제들이 드러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정한 기준과 원칙에 의한 필터링(검열)이 조금씩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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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자유로운 공간이라고 여겼던 ‘대나무숲’의 이러한 필터링에 대한 불만은 결국 ‘어둠의 대나무숲’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내게 되었습니다. 필터링 없이 어떤 의견도 개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커뮤니티는 대학생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렇지만 ‘대나무숲’보다도 훨씬 높은 수위의 비방, 폭로, 언쟁 등으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대학교의 ‘어둠의 대나무숲’은 한 달 만에 운영이 종료되기도 했습니다. 학교 주변 식당의 위생상태를 거짓으로 폭로한 어떤 학생은 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식당은 구청으로부터 위생검열을 받게 됐지만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가게 주인은 이 학생들의 형사처벌과 민사소송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 소재 한 대학교의 ‘어둠의 대나무숲’에는 자신을 성폭행한 남자가 이 대학에 다니고 있으며 자신 외에도 다른 피해자가 생겨나고 있다는 폭로의 글이 올라왔으나 확인 결과 사실 무근임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글의 작성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선배와의 관계가 뜻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되자, 충동적으로 글을 올리게 됐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글을 게시하는 과정에서 해당 남자선배의 신상이 드러나 버렸고,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에게 성폭행범이라는 비난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결국 글 작성자의 해명과 사과, 피해 남자선배의 수용과 용서로 결론이 났지만,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이 폭로가 있기 전의 원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의 성범죄 관련 무고죄 판결 사건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2001년에는 21건에 불과하던 것이 2008면에는 100건을 넘어섰고 2014년에는 148건으로 급증하였습니다. 이렇게 무고죄가 증가한 것은 매체 환경의 변화와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다시 말하면 인터넷의 폭발적 확장, 스마트폰 보급과 SNS 사용 급증으로 인해, 누구나 이야기와 사진, 영상을 온라인상에 올리기 쉬울 뿐만 아니라 허위와 거짓으로 사실을 왜곡하여 특정인을 공격하는 것이 용이해진 환경적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특히 SNS는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누구든지 이러한 순간적인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개연성이 매우 큰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폭로를 차단하는 것, 디지털시민정신

한창 세간을 떠들썩하게 달궜던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에서, 사건의 피해자는 따로 있었는데 엉뚱한 사람이 피해자로 오인되어 인터넷에 신상이 퍼졌습니다. 잘못된 정보로 신상털이를 당한 기간제 교사는 심각한 정신적 충격으로 대인기피증을 호소하며 결국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일간베스트(일베)’라고 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회원들에 의해 저질러진 이 같은 짓으로, 피해 여교사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들 5명은 최근 경찰에 의해 검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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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에 의하면 사이버 상의 명예훼손, 모욕죄 발생 건수는 2012년에 5684건이었던 것이 2015년에는 1만5043건, 2016년에는 상반기(1~6월)에만 8371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현상에는 앞서 살핀 바대로 사회관계망서비스인 SNS의 급증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최근 SNS는 폭로, 허위, 괴담, 왜곡된 정보의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한번 만들어진 정보는 순식간에 퍼집니다. 그것도 사람들의 훔쳐보기, 들여다보기와 같은 관음증을 자극하는 타인의 선정적인 정보일수록 더욱 그러합니다. SNS상의 정보들은 대체로 진지한 고민과 냉철한 판단을 수반하지 않고 표피적으로 수용되어 전파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거나 왜곡된 정보조차 사실인 듯 둔갑하는 일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일어납니다

또한 이러한 사이버상의 명예훼손, 모욕죄 발생 건수의 증가는 온라인상에서 보호되어야 할 개인의 존엄과 명예에 관한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의 인식이 매우 낮음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공간에서 우리 사회처럼 공격적이고 혐오 감정을 무분별하게 분출하는 사회도 전세계적으로 그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사생활이나 개인정보의 보호에 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은 아직도 너무나 미흡합니다.

디지털 세계에 폭로된 악의적 소문이나 허위사실, 혹은 믿거나 말거나 식의 괴담은, 그 진상이 추후에 밝혀진다 하더라도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어렵습니다. 설사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더라도 한번 실추된 이미지를 제대로 회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더군다나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개인 정보나 사생활도 누군가에 의해 공개된 이상, 다시 없었던 일로 돌이키기는 불가능합니다. 언론이나 방송, 인터넷 매체 등에서조차 선정적인 사건 보도에만 열을 올릴 뿐, 사후 진행과정이나 진실규명에는 무관심한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해의 이유는 단순하지만 피해의 고통은 너무나 가혹합니다. 디지털 시대에는 네트워크를 단절하지 않은 한 누구도 이와 같은 고통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지금도 누군가가 퍼뜨리고 있는 한 개인에 대한 거짓 소문과 악담이 여러분에게 SNS를 타고 전해진다면, 당장 차단하시기 바랍니다. 한 사람의 삶을 파멸로 이끌 수도 있는 일에 우리 스스로 공범이 되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이러한 판단을 하는 것이야말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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