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때의 잘못이나 그릇된 행동이 사이버 공간에서 사라지지 않고 주홍 글씨로 남아있는 디지털의 폐해는 ‘잊힐 권리’가 ‘알 권리’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2014년 유럽연합 사법재판소(European court of justice, ECJ)가 인터넷 검색에서 개인 정보 삭제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배경이기도 하다. 이후 구글은 2억 4천만건의 삭제 요청을 받았고, 이 가운데 43%를 수용했다.

‘잊힐 권리’가 새삼 주목을 받은 것은 구글을 상대로 한 두 건의 소송과 영국 법원의 판단 때문이다. 소송을 낸 두 사람은 10년이나 지난 사건이고 형기를 마쳤는데도 여전히 구글 검색에 노출돼 고통을 받고 있으며 사업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호소했다. 유죄 판결 검색 결과와 이를 보도한 언론사 웹 페이지 링크를 지워줄 것을 구글에 요청했지만 거부되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구글의 거부 이유는 ‘알 권리’였다. 유럽연합 사법재판소는 관련성이 없고, 오래된 데이터는 요청에 따라 삭제해야 한다고 했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보다 공공의 관심에 부합하는 정보 접근이 우선시 된다면 수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구글은 자체 판단에 따라 삭제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두 사람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첫 번째 사람의 손은 들어주었지만, 다른 한 사람의 요구는 거절했다.

유사한 소송에 상반된 판단을 내린 것은 법원이 두 사람을 달리 보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은 통신 위반 혐의로 4개월간 복역했고, 다른 한 사람은 허위 장부를 꾸민 혐의로 4년간 수감 생활을 했었다. 법원은 첫 번째의 경우 다시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것으로 본데다 범죄와 처벌 정보가 오래되었고, 구글 검색에 상시적으로 노출될 정도의 관심 정보도 아니라고 판시했다. 반면에 두 번째 사람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있고, 여전히 사람들을 속일 위험이 있다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소송에서 진 사람의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전에 정보를 얻기 위해 먼저 구글 검색을 한다.”며 “젊었을 때, 혹은 과거의 잘못으로 영원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반성이 선행되지 않으면 재발의 위험이 따르게 되고, 검색 삭제의 정당성도 주장하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구글은 법원 판결에 대한 수용 입장을 밝히면서 “’잊힐 권리’를 지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지만 공공의 이익에 맞는 검색 결과를 삭제하지 않고, 신중하게 정보에 접근 할 수 있는 대중의 ‘알 권리’를 보호하는 데 각별히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알 권리”는 표현의 자유와 연결된다. 민주주주의를 지키고 다중의 이익을 보호하는 오래된 권리다. ‘잊힐 권리’는 디지털 시대에 인간의 존엄성과 개인의 사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로 인식된다. 각각의 이 두 권리는 상충되는 게 아니라 조화와 보완을 통해 건강한 사회를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해야한다. 걱정되는 것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거대 IT 기업이 이같은 권리의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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