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 몸을 관찰해보고 싶다. 아직도 내겐 내 몸이 속속들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학 연구가 아무리 진척되었다 해도, 이 낯선 느낌을 없애주진 못할 것이다.
루소가 산책길에 식물채집을 했던 것처럼 나도 내 몸을 채집하고 싶다.
죽는 날까지. 그리고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해.
-다니엘 페나크 – <몸의 일기>중에서
(풀, 나무, 곤충, 물고기, 벌레, 동물, 식물, 인간)생명을 가진 존재들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인간을 생각해 볼까요. 인간은 직립을 하며 생각하는 존재입니다. 자기도 의식하지 못하는 매순간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습니다. 그리고 어딘가로 움직입니다. 그 어딘가로의 움직임은 소리(聲)를 동반합니다. 소리는 미묘한 냄새를 발산하지요. 냄새는 결국 타자에게 날아갑니다. 요약하면 생명이 있는 인간은 움직이고 – 소리를 내고 – 냄새를 피우고 – 타자와 접속하는 보이지 않는 리듬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타자와 만나면 무엇을 할까요? 새로운 무언가 ’창조’를 하겠죠. 나와 다른 욕망과 가치관을 가진 타자와 만나면 새로운 무언가가 나오게 됩니다. 이 말은 끼리끼리 만나는 인간의 생활 속에서는 그 나물에 그 밥, 즉 새로운 창조물이 나오기 어렵다는 의미도 되겠습니다. 따라서 삶의 리듬과 타자와의 접속이 없다면 그 인간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삶에서는 배움과 창조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움직이지 않는, 소리를 내지 않는, 냄새를 발산하지 않는, 타자와 접속하지 않는 그리고 새로운 배움과 깨달음이 없는 사람은 죽은 생명체와 다름없습니다.
생명체의 존재 방식은 접속과 창조로 드러납니다. 그러니까 들숨과 날숨을 하는 생명들의 존재 형식은 매일 새로운 타자와의 접속을 통해, 배우고, 창조하고, 깨닫는 것입니다. 이것을 통해 내 몸과 정신이 어제와 다름을 느끼는 것입니다. 즉 어제의 공기와 오늘의 그것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는 것입니다. 기분이 다르다는 것이죠.
사람들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어제와 오늘이 동일하고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어떻게 어제와 오늘이 같을 수 있겠습니까? 공기, 온도, 햇살, 기운, 수분 등 모든 것이 어제와 다릅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매일 우주와 세상이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째서 일상이 비슷하다고 느끼는 걸까요? 그건 변화하는 세상에 나의 몸이 접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나를 둘러싼 회오리 바람 속에서 멈추어 서있는 느낌이랄까요.
우리 몸이 사계절의 순환을 기억하고 그 계절에 맞추어 살듯이 하루에도 리듬을 타야 합니다. 아침-점심-저녁-밤의 변화에 몸을 맡기어야 합니다. 하루 종일 디지털 세상 속에 박혀 있다고 세상과 접속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뇌만 접속하는 것이겠지요.) 오늘날 학생이나 어른이나 지식과 정보는 대단합니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소유할 수 있는 그 지식과 정보가 자신의 일상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면 어떨까요? 그것들이 내 일상의 지혜로 환원되지 않는다면 그런 정보들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몸의 학대는 학생들에게서 종종 발견됩니다. 학생들의 관심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취업과 연애뿐입니다. (어른들은 물질의 축적과 소비입니다.) 새로운 배움은 없어 보입니다. 취업과 연예인 이야기만 하는 학생들, 거기에는 소비와 쾌락만 있을 뿐, 몸의 리듬이나 배움의 깨달음은 발생하기 어렵습니다.
다시 생명체로 돌아가 볼까요. 생명체는 어떤 경우에 발광(發光)하고 성장할까요? 익숙하지 않은 외부 환경과의 접속입니다. 나와 다른 의식을 가진 생명체를 만날 때, 나의 몸과 기분은 변화를 일으킵니다. 내 몸이 달라지는 것을 실감할 때, 그때 배움은 비로소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배움이 지속되면 전혀 다른 정신과 몸을 가진 또 다른 생명체로 변이가 가능해집니다. 요컨대 타자와 능동적으로 접속할 때 나의 변화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타자와의 관계가 없고, 배움이 없고, 내 몸이 그날이 그날이면 결국 생명력을 잃게 됩니다. 성장하고 변화 되지 않는 삶, 그건 죽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우주의 리듬과 유전을 기억해야 합니다. 자연의 순환을 명심해야 합니다. 아무리 스마트 폰이 업데이트 되고 인공지능이 발전한다해도 내 몸은 생물학적으로 수천 년전 그대로 입니다. 오장육부는 업데이트 되지 않습니다. 하여 우리들은 어떻게든 하루의 리듬에 몸을 맡기고 순환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아침에는 깨어나고 점심과 오후에 움직이고 저녁에는 휴식하고 밤에는 숙면해야 하는 몸의 리듬을 타야 하는 것입니다. 이 리듬을 타지 못하면 타자와 접속하기 힘들고, 친절하기 힘들고, 배려하기 힘들고 사랑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몸은 중요합니다. 몸을 소중히 할때 공부도, 관계도, 성장도, 배움도, 사랑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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