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성을 고치는 것보다는 습관을 고치는 것이 더 쉽다.

사실 습관을 바꾸는 것이 어려운 것도

그것이 본성을 닮은 탓이다.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콩 심었는데 ‘옥수수’나고 팥 심었는데 ‘감자’나는 경우를 본적이 있는가? 타조가 닭 낳고, 하마가 코뿔소 낳는 거 본적이 있는가 말이다. 이를 서양에서는 유전(Hereditary)이라 한다면 동양에서는 무엇이라 할까? 운명(運命) 또는 팔자(八字)가 아닐까? (타고 나는 것이니까)

그럼 인간의 타고난 유전자와 운명, 달리 말하면 별자리와 혈액형은 무엇으로 정해지는걸까? 동양에서는 부()의 정액()과 모()의 피() 그리고 시간(時)으로 본다. 말하자면 부모의 합궁과 아이가 엄마의 배 속에서 나오는 순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탯줄을 자르는 순간, 그 순간 우주의 움직임과  별의 움직임, 그리고 그날과 그 시각의 기운이 아이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동양에서 말하는 인간의 팔자다. 학벌, 돈, 지위, 권력도 이미 그때 정해진 팔자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하여 조선시대에서는 신중히 합궁날짜를 택일 했던 것이다. 길일을 택하여 큰 인물이 나오게 소망했던 것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인위적으로 팔자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한다. 전편에서는 서양에서 만든 유전자 편집가위의 위력(?)을 잠시 언급한바 있다. 안젤리나 졸리는 가위로 자신의 유방암 확률을 낮추어버렸다. 내려오는 유전성을 인위적으로 제거한 것이다. 서양의 과학과 기술이 타고난 유전성을 바꾸어 버린 것이다.

동양에는 주역(周易)이라는 고전이 수천년을 내려오고 있다. 고금을 통하여 계속 내려온다는 것은 어떤 ‘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고전의 조건이다. 주역은 무슨 힘이 있길래 사람들이 보는 것일까? 주역은 한 마디로 점()책이다. 역경(易經)이라고도 불린다. 유학의 삼경 중 하나인데 여기서 역()은 두 가지의 뜻을 가지고 있다. 첫번째가 ‘쉽다’의 의미다. 그리고 두번째가 ‘변화’ ‘바뀜’의 의미가 들어있다. 하여 우주, 인간, 관계의 변화에 관한 원리를 기술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일까? 공자(孔子)는 이 책을 세번이나 끈이 끊어지도록 봤다고 전한다. 왜 그랬을까? 취직하려고 ‘상 가집 개’ 라는 타이틀을 쓰면서도 주유천하를 했던 공자, 그는 아마도 밤마다 남몰래 자신의 운명을 알고 싶지 않았을까?

오늘날 사람들은 팔자의 범주를 대부분 돈, 건강, 배우자로 생각하고 있다. 돈 있고 건강하고 짝 잘 찾으면 성공하고 행복한 삶이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그렇게 삼박자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사람이 있을까? 오늘날 부와 명예를 짧은 기간에 한번에 거머쥐는 방법이 있긴 있다. 바로 연예인(방송인)이다. 물어보면 성공한 연예인(배우/가수/)을 꿈꾸는 어린이들이 의외로 많다. 단기간에 돈을 벌고 젊은 나이에 감당못할 돈을 벌어 부모님 집 사주고, 카페 차려주고, 수십대의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싶어한다. 그렇게 하고 다니는 소수의 연예인들을 동경하기 때문일 것이다. 뭐라 할 수 있겠는가? 그런 아이들에게 책보라고 하면 싸대기 맞는다. 확실한건 현대는 도화살 있는 사람이 출세한다. 즉 빛이 있는 곳을 좋아하고, 말하기 좋아하고, 노래 좋아하고, 화려한 곳 좋아하고, 돌아다니는거 좋아하는 사람이 돈을 버는 시대다. 그런데 여기서 매우 중요한 것이 있다. 연예인 된다고 다 성공하고 출세하는 것 아니다. 대부분이 쪽박이고 얼굴 한번 못들고 사라져 간다. 그럼, 성공하고 오래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있다. 그건 바로 지성의 공부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연예인들도 바꾸어야 살 수 있다. 대본만 외우고 춤만 춘다고 배우나 가수가 되는 것이 아니다. 공부를 해야 한다. 외국어를 배우고 책을 읽어야 하고 시대가 돌아가는 변화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럴려면 거울보고, 성형하고, 피부과 다니고, 춤추는 것 보다 먼저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를 해야 판단을 할 수 있고 똥과 오줌을 가릴 수 있다. 지성이 없는 연예인! 그 사람은 결국 헛발질 한다. 혹 돈을 벌어도 쓸 줄 몰라 말년에 고독하다. 지성이 있어야 돈도 쓸 줄알고, 사람들과 관계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연예인들이 성공하지 못하거나 잠시 부와 명예를 얻어도 망신당하고 빛을 잃는 경우는 대부분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팔자의 가장 큰 화두는 서양 철학의 아버지 소크라테스(기원전 470~399)가 말한 ‘너 자신을 알라’다. 즉 자신의 그릇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오장육부(五臟六腑)사이즈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자신의 그릇 크기를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건 지면 관계상 훗날 다시 이야기 하기로 한다.)

유전자를 바꾼다! 동양에서 보면 팔자를 바꾸는 것인데 이게 가능한 일인가?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서양의 유전자 편집가위와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 하지만 여기에 관하여 필자는 몇 년전 티베트에서 어떤 라마승과의 대화를 통해 그 변화의 가능성을 들은 적이 있다. 정해진 팔자를 조금이라도 바꾸는 방법이었다. 당시 나는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즐거움 보다는 괴로움이 더 많은거 같다고 이야기 했는데 나의 얼굴을 바라보던 그 라마승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해주었다. 만약 현생에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억울하다면 지금부터는 다음과 같은 생활을 해보라는 것이었다. 첫째, 보시(베품) 두번째 공부, 세번째 공부하는 사람을 만나라, 네번째 명상(기도/요가), 다섯번째 욕심내지 말라. 그리고 산과 물이 있는 곳을 자주 다녀라. 였다. 당시는 무슨 말인지 몰라 받아 적기만 했는데 오늘날 가만히 생각해보면 “공부하면 니 분수(운명)를 알게 되고 그러면 자족하면서 살게 되리라! 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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