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모니터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각광 받는 스마트 기기다. 아기를 돌보는데 마냥 곁을 지키고 있지 않아도 되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육아를 가능하게 만든다. 아기가 잘 자고 있는지 깨어나서 울고 있지는 않은 지 언제든 확인할 수 있으며, 아이 방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할 수 있고, 심지어 기저귀를 교체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10만원 미만에서 수십만 원의 제품까지 가격 비교 사이트에는 수많은 베이비모니터 상품이 올라와 있다. 그만큼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다.

부모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이런 새로운 기기는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세상이 제공하는 혜택이다. 집안의 여러 기기가 스스로 작동하며 사람의 일을 도와주거나 대신해 편리함과 더불어 보다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장밋빛 미래를 예고한다. 하지만 일상적인 인터넷 연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베이비모니터도 예외가 아니다. 영국의 국가사이버보안센터(National Cyber Security Centre, NCSC)는 제조업체가 기기의 안전을 보장하도록 하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베이비모니터의 보안에 취약성이 존재한다는 게 NCSC의 판단이다. 해커가 침입해 아기의 모습을 엿보거나 음성이나 영상을 빼돌릴 수 있고, 기기를 원격으로 조정해 아기가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여러 장치를 마음대로 바꿔 위험한 환경에 빠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고는 이전에 대화형 스마트 장난감에도 있었다. 인터넷에 연결된 말하는 인형이나 공룡 같은 장난감의 경우 쉽게 보안 장치를 해제할 수 있어 아이들의 정보가 노출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었다.

가격비교 다나와 베이비모니터 캡쳐(글 내용과 무관)

이런 제품의 보안 취약성은 더 큰 문제로 연결될 가능성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보안이 소홀히 취급될 수 있어 해커들이 이를 노릴 가능성이 많다. 아이들의 스마트 기기가 해커 침입의 매개체가 되어 개인의 사생활을 위협하고, 네트워크와 생활의 안전을 위태롭게 할 뿐 아니라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2018년 4월 미국과 영국 정부는 이례적으로 러시아 정부 산하 해커들의 대규모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들 해커들이 스파이 활동과 다양한 정보를 얻기 위해 전세계 수백만 기기에 사이버 공격을 획책하고 있는데 정부기관만 아니라 가정용 기기들도 그 대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집안의 모든 기기들이 하나의 연결망에 의해 작동되는 세상에 접어들고 있지만 그 효용성만 강조될 뿐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크게 들리지 않는다.

NCSC가 스마트 기기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지침은 일괄적인 디폴트 암호를 만들지 않아야 하며, 정부 당국에 보안 취약성을 공개해야 하고,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해야 하고, 민감한 데이터는 암호화 하라는 것이다. 강제력을 가진 게 아니어서 다른 나라의 스마트 기기 제조업체가 아 지침을 의무적으로 이행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분명한 것은 편의의 대가에는 사생활과 정보 노출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안의 틈새를 노리는 해커에 맞서기 위해서는 제조업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암호를 자주 변경하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연결을 꺼두는 습관이 몸에 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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