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가정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진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주의 관심은 직접적인 관리가 어려운 직원들의 근무 태도를 추적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집중되고 있다.
최근 영국의 가디언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콜센터 회사 중 한 곳인 텔레 퍼포먼스 Tele Performance사가 영국 지사에서 웹캠을 통해 직원들을 일상적으로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여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온 새로운 형태의 노동 조건에 대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텔레 퍼포먼스사는 프랑스에 거점을 두고 있으며, 텔레마케팅 및 기술 지원을 포함한 아웃소싱 전화 서비스의 세계 최대 공급 업체 중 하나이다. 이 회사는 전 세계의 거대 기업과 정부 기관을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34개국에 약 38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가디언지에 의하면 이 회사는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에 근무 규칙의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전용 웹캠을 활용하고 있다. 웹캠은 회의와 교육에도 사용되지만 카메라는 업무 교대 중에 작업 규칙 위반을 무작위로 스캔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에 연결이 된다. 회사 내부 문서에 따르면 위반 행위가 감지되면 관리자에게 사진이 전송되고, 그 사진은 최대 20일 동안 보관된다.
회사는 이러한 정책에 ‘모니터링’이라는 가벼운 표현을 사용하지만, 그 구체적인 실행 실태는 감시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가혹하다. 예를 들어 물을 마시기 위해 직원이 책상을 떠나야 하는 경우에는 앱에서 “휴식 모드”를 클릭하고 이유를 적는 란에 “물 마시기”와 같이 구체적인 사유를 적어야 한다.
근무를 교대하는 시간에 식사를 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직원들은 말한다. 시스템이 키보드 스트로크와 마우스 클릭이 없는 것을 감지하면 해당 시간 동안은 유휴 상태로 표시되고 관리자에게 바로 보고된다. 이 사실을 인지한 관리자는 직원에게 경고를 보낸다.
뿐만 아니라 웹캠 시스템은 임의의 시간에 작업자가 책상에서 이탈하거나 근무에 태만한지, 휴대폰을 사용하는지, 작업 공간에 다른 사람이 있는지도 검색한다. 위반 사항은 사람에 의해서 감지되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에 내장되어 있는 인공지능 안면 인식 기능에 의해 수행이 된다.
가족이 근무 시간 중에 컴퓨터에 접근하는 것도 엄격히 제한된다. 가족 구성원이 화면을 들여다보거나 모니터에 가까이 있어도 어김없이 경고를 받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직원들은 화면이 벽을 향하도록 해야 한다.
야간에 근무하는 직원은 카메라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볼 수 있도록 책상 주변에 충분한 조명이 있는지 확인하도록 지시받는다.
가디언지가 본 이 회사의 웹캠 시스템에 대한 교육 비디오에는 “실시간으로 직원의 행동을 관찰 및 추적하고, 사전에 통보된 근무 규칙에 대한 위반 사항을 감지하고 관리자에게 실시간으로 경고를 전송하여 즉시 시정조치를 취한다.”라고 직원들에게 시스템의 엄격함과 규칙의 준수를 강조하고 있다.
이 회사의 영국 지사 직원의 제보로 웹캠 관리시스템에 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조와 의회로 부터 과도한 감시와 이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해 강력한 항의와 경고를 나왔다. 이에 대해 텔레 퍼포먼스는 영국에서 웹캠 관리시스템의 원격감시 기능을 사용하는 것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이외의 국가에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텔레 퍼포먼스사의 웹캠 관리 시스템은 재택근무 환경에서 근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업 대응책 중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이미 많은 회사들이 유사한 정책과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데, 이러한 원격관리 시스템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변화한 노동 환경과 관계, 그리고 인권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원격 관리 시스템은 노동 조건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텔레 퍼포먼스의 원격 관리는 회사라는 근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보다 훨씬 더 강화된 형태의 근로 규칙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 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교섭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노동자들은 그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근로 규칙의 위반 여부를 인공지능이 판단하는 것은 전통적인 노동자와 사용자의 관계를 왜곡시킨다. 사용자는 인공지능 뒤에 숨게 되고 노동자는 인공지능과 근로조건과 평가에 대한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사용자의 책임은 모호해지고, 노동자는 인공지능의 잘못된 판단과 부당한 결정에 대해 누구에게 개선을 요구해야할 것인지 혼란스러워 할 수 밖에 없다.
보다 심각한 것은 이러한 시스템이 단순한 근로 감독을 넘어서 상시적인 가정 감시체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택근무는 노동자가 원해서 선택한 것이 아니다. 회사의 필요성에 의해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어야 하는 휴식과 재충전의 공간이 작업 공간으로 바뀐 것이다. 그 결과가 “사생활권을 잠식당하고, 공포와 불신 풍토를 조성할 수 있는 침해적 감시”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홈”과 “오피스”라는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가 결합된 “홈 오피스”라는 새로운 노동 환경이 확산되고 있고, 많은 전문가들은 팬데믹 종료이후에도 지속될 것을 전망한다. 직장과 가정의 경계가 흐려지고 사람에 의한 감독이 인공지능에 의한 감시로 대체된 환경에서 노동의 가치를 존중받고 가정이 온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논의와 법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
노동시장에서는 파놉티콘이 코 앞에 다가 왔네요. 저도 온라인 수업으로 만나는 아이들이 있는데, 수업 듣는 척하며 다른 것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럼 뭔가 계속 확인하고 싶어지고 그런데… 그게 바로 ‘감시’의 시작인 듯해요..ㅋㅋ 자제하고, 신뢰를 만드는 방법들을 고민해야 할 듯 합니다.
‘원격 관리는 회사라는 근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보다 훨씬 더 강화된 형태의 근로 규칙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 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교섭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노동자들은 그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용자는 인공지능 뒤에 숨어 노동자에 대한 관리를 기계 다루듯 한다.
각자의 집을 사무실마냥 활용하여 재원은 아꼈으며, 인공지능을 통한 감시로 물 샐 틈 없는 감시를 한다.
직원 개인의 사생활과 인권을 무시하고 일의 효율성은 최대한 끌어올린다.
그리고 시끄럽게 구는 직원의 집단 행동이 발생한다면 효용 가치가 떨어진다 생각하면 콜센터 직원을 인공지능으로 바꾸겠지.
어쩌면 그 자리마저도 대체자가 널렸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 정도라면 인공지능의 구축 비용보다, 인간을 쥐어짜는게 사업 이익이 높아서 이대로 갈 수도 있다.
다만 사회적인 비난을 받게 되고 그게 사업에 영향을 주게 된다면, 처우가 좋아지는게 아니라, 조용하게 24시간 교대근무 없이 일하는 콜센터의 자동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아마도…
마이크로 워커에 관한 기사를 읽었을 때, 베네수엘라나 아프리카 등 하루 식사를 해결할 수만 있으면 일 할 수 있는 근로자들의 환경을 봤었다. 다른 희망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일자리에 대해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러다 내가 잘 사는 모습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저렇게 살고 있지 않은 모습에 감사하는 삶이 도래하는 건 아닐까…
김근혜 – 댓글
정보의 파놉티콘? 검색을 하니 즐거운 결과물이^^ 아침부터 이름 보니 즐거워서 행복한 하루가 될 것 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