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과 정치색에 의한 사회적 분열과 양극화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유투브와 소셜 미디어가 저널리즘을 제치고 정보 전달의 제왕으로 등극하면서 더욱 심해졌다. 가짜뉴스와 거짓 정보에 빠져들고, 길들여지는 이들이 많다.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면서 퇴조하던 저널리즘은 온라인을 주류로 인정하고 혁신에 나섰다. 취재 방식과 배포 등 모든 게 새롭게 변해야 했다. 여기에 거짓과 가짜를 바로잡는 일이 더해졌다. 팩트 체크는 전통 미디어의 필수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BBC가 5개의 소셜 미디어 가상 계정을 만들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유투브, 틱톡에 각각의 이름과 프로필, 그리고 컴퓨터로 생성한 사진을 등록해 5명의 가상 미국인을 만들었다. 소셜 미디어가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소셜 미디어는 상호 소통을 전제로 한다. 상대방과의 대화나 댓글, 상대방이 제공한 콘텐츠에 영향을 받는다. BBC의 가상 계정은 등록만 했을 뿐 일제의 활동은 하지 않았다. 프로필이나 팔로우 계정 등으로 정치적 성향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가상 계정 인물은 미국의 비영리 조사기관인 퓨 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와 함께 대표성을 부여해 만들어졌다. 극우 보수주의자인 71세의 백인 남성 래리, 포퓰리스트 우파인 50세 여성 브리트니, 정치에 무관심한 부동층 라틴계 유권자 44세 여성 가브리엘라, 온건한 성향의 주류 민주당원인 61세 흑인 남성 마이클, 진보 좌파이자 레즈비언인 25세 여성 엠마다.

가짜 계정, BBC 캡처

상대방과의 소통이나 댓글 활동 같은 게 없어도 가상 계정에는 추천 콘텐츠가 올라왔다. 극우 보수주의자에게는 트럼프 전대통령 관련 내용은 물론 총기와 무기를 홍보하는 내용이 있었다. 진보 좌파 계정에는 여성 혐오 인풀루언서로 유명한 앤드류 테이트(Andrew Tate) 관련 내용은 물론 트럼프의 대선 승리와 극우 음모론이 채워졌다.

BBC는 가상 계정을 통해 음모론을 동반한 극우적인 시각의 콘텐츠의 유통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고 보았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정치 무관심 계정에는 일상적인 콘텐츠만 추천되었지만 공화당을 지지하는 내용이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미국의 중간선거를 의식해 지난 8월부터 운영되는 이 가상 계정은 가짜뉴스와 소셜 미디어의 연관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한다. 물론 소셜 미디어도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이를 근절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활동하지 않는 계정에도 버젓이 편향의 콘첸츠가 올라오는 것은 알고리즘 문제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BBC의 가상 계정은 한편으로 논란을 불러왔다. 가짜 계정을 퍼뜨려 가짜뉴스를 폭로하는 게 저널리즘의 취재 윤리에 부합하는가 하는 문제다. BBC는 소셜 미디어가 어떻게 작동하는 지 사용자들이 정확히 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가짜뉴스의 핵심 전쟁터로 미국을 택했다. BBC의 가상 계정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취재방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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