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가 넘쳐나는 이 시대, 우리는 매일 쏟아지는 텍스트와 데이터를 직접 읽고 분석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니 인공지능이 등장해 모든 것을 요약해주는 편리함을 제공할 때, 모두 쌍수를 들어서 환영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Google, OpenAI, Microsoft 같은 회사들이 우리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여러 요약 기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편리함에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함정이 있습니다. 당연히 예상되는 것이지만, 우리의 사고력이 그 과정에서 약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로버트 카로Robert Caro를 생각합니다. 그의 철학은 ‘Turn Every Page’—모든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의미냐고요? 사소한 문서 한 줄이라도 놓치지 않고 직접 읽겠다는 다짐이었죠. 그는 LBJ(린든 베인즈 존슨) 대통령 도서관에서 수백만 페이지에 이르는 문서를 일일이 넘기며 중요한 사실들을 파헤쳤습니다. 대체 왜 이런 고생을 했을까요? 사소해 보이는 그 한 줄 한 줄이 결국에는 커다란 진실의 조각이 되어 역사의 퍼즐을 맞추는 열쇠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카로가 요즘 AI 요약 도구에만 의존했다면, 그는 아마 많은 중요한 디테일을 놓쳤을 겁니다.
반면, 우리는 AI의 도움으로 모든 페이지를 넘기는 대신 ‘한 번의 클릭’으로 요약을 받아보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Google의 ‘자동 요약’ 기능, Microsoft Copilot이 제공하는 압축된 프레젠테이션 자료, 메타가 댓글까지 요약해주는 시대 말이죠. AI는 효율성을 가져다주지만, 그 대가로 우리는 깊이 있는 사고의 기회를 잃고 있습니다. 정보의 표면만 스쳐 지나가면서 진짜 중요한 맥락과 디테일을 잃어버리는 것이죠.
제프 베조스(Jeff Bezos)도 이런 요약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마존의 CEO였을 당시, 그는 모든 회의에서 파워포인트를 금지하고 대신 ‘6페이지 메모‘를 쓰도록 했습니다. 회의 시작 전, 모두가 그 메모를 조용히 읽으며 회의를 준비했죠. 이 메모는 단순한 요약이 아니었습니다. 철저한 고민과 논리가 담긴 깊이 있는 내용이었고, 작성자는 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정리하고 그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했습니다. 요약의 시대에도 베조스는 깊이 있는 사고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던 겁니다.
한편으로, 요약의 만연은 글쓰기 능력의 퇴보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만약 아무도 이메일, 문서, 보고서의 실제 내용을 읽지 않는다면, 우리는 과연 설득력 있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할까요? AI가 대신 작성하고 요약하는 시대가 오더라도, 인간의 깊이 있는 사고와 창의성은 여전히 중요한 가치를 지닙니다. 문명의 발전은 인간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깊이 있는 생각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집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요약’은 효율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우리의 사고력과 창의성을 위협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니, 다음번에 AI 요약 버튼을 누르기 전에 잠시 멈추고, 직접 페이지를 넘겨볼 기회를 한번 가져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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