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아침,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훑어보다가 메신저 알림에 화면을 전환합니다. 이메일을 확인하던 중 문득 SNS가 떠올라 앱을 열고, 스크롤을 내리다 유튜브 링크를 클릭합니다. 영상을 10초 보고 지루해져 다시 뉴스로 돌아갑니다. 이 모든 과정에 걸린 시간은 단 2분. 이것이 현대인의 일상적인 모습입니다.

2015년 마이크로소프트 캐나다가 발표한 충격적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평균 주의 지속 시간은 2000년 12초에서 2013년 8초로 감소했습니다. 이는 금붕어의 주의 지속 시간인 9초보다도 짧은 수치입니다. 문명의 첨단을 달리는 인류가 어항 속 물고기보다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아이러니한 현실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요?

디지털 기기와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우리 뇌는 끊임없이 자극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 사용 증가, 멀티스크리닝, 그리고 기술 채택 속도가 주의력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특히 18세에서 24세 사이의 젊은 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이제는 전 연령대의 보편적 문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주의력 감소만이 아닙니다. 흥미로운 점은 디지털 생활방식이 인간의 뇌를 재구성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장시간 집중하는 능력은 약해졌지만, 대신 짧고 강렬한 주의력 폭발(burst)을 통해 정보를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기억하는 능력이 발달했습니다.

예를 들어, 소셜 미디어 헤비 유저들은 일반 사용자들보다 지속적인 주의력은 낮지만, 짧은 시간 내에 더 강렬하게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마치 느린 장거리 달리기보다 빠른 단거리 스프린트에 최적화된 근육을 발달시킨 것과 같습니다.

멀티스크리닝 환경에서도 우리의 뇌는 적응하고 진화합니다. TV를 보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시각적으로는 주의가 분산되어도 청각적 신호에는 여전히 반응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멀티스크리닝 상황에서 오히려 감정적 연결과 기억력이 향상된다는 점입니다. 캐나다인의 67%가 “멀티태스킹만이 일을 처리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우리의 뇌는 새로운 환경에 맞춰 적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디지털 시대의 정보 소비 방식이 변화하면서 우리의 소통 방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자 다나 보이드Danah Boyd의 말처럼 “뇌는 재배선되고 있으며, 자극의 변화는 재배선을 초래합니다. 빠른 주의 전환에 참여하는 기술과 메커니즘은 매우 유용할 것입니다.” 이제 정보는 더 명확하고, 개인적이며, 관련성 있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핵심을 빠르게 전달하는 능력입니다.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주의력을 파괴하고 있다는 비관적 시각도 있지만, 이 연구는 오히려 낙관적인 메시지를 전합니다. 주의력의 변화는 단순한 퇴보가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이라는 것입니다. 물고기가 육지에 올라와 폐를 발달시킨 것처럼, 우리는 디지털 바다에서 새로운 인지 능력을 발달시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금붕어보다 짧아진 주의력이라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두 가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첫째,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더 창의적이고 몰입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 둘째, 우리의 뇌가 환경에 맞춰 적응하고 진화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어항 속 금붕어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맴도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디지털 바다에서 헤엄치며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다음번에 스마트폰을 열어 화면을 빠르게 전환할 때, 그것이 단순한 주의력 결핍이 아니라 새로운 인지 방식의 발현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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