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는 지난 주 [실리콘밸리맘] 칼럼을 통해 미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한 학생의 글을 소개했습니다.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산 호세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김다솔 학생은 ‘자녀의 입장에서 바라본 부모의 인터넷 통제’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인터넷에 대한 무조건적인 통제가 가져오는 부작용을 본인과 친구들의 생생한 경험을 통해 제시하고, 인터넷 사용에 관하여 부모와 자녀가 합리적 의사 소통을 통해 함께 대안을 마련해 나가자는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이 칼럼에 나타난 미국 학생들의 인터넷 사용 실태와 부모의 인터넷 통제의 현실은 우리의 경우와 유사하면서도 사뭇 다른 점이 있습니다. 먼저 유사한 점을 보면, 미국 학생들도 인터넷 사용에 관해 부모와 이런저런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넷 과잉 사용과 인터넷상의 위험 문제를 염려하여 일정하게 인터넷 사용을 통제하려는 경향은 미국이나 한국의 부모에게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미국의 부모들 중에서도 자녀의 인터넷 사용을 심하게 통제하는 부류가 있고 비교적 자율적인 통제를 권장하는 부모들도 있는 듯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녀들은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부모의 통제를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거나, 글쓴이처럼 부모의 적절한 통제를 인정하고 바라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의 부모나 학생들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미국 학생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경우의 많은 부분은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과정과 관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칼럼에서도 말하고 있는 것처럼, 학생들은 학교를 마치고 과제 수행을 위해 인터넷을 사용해야만 합니다. 만일 학생들이 부모와 약속한 인터넷 사용 시간에 과제나 학업 수행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인터넷 사용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경우 자연스럽게 ‘인터넷 사용 시간’에 관한 부모의 통제는 단순히 인터넷 과잉 사용의 문제로만 귀착되지 않고, ‘과제 수행’, ‘시간 관리’, ‘학업 수행’ 등의 문제와 연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어떨까요? 우리나라 학생(중ž고등학생 기준)들의 인터넷 사용률은,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OECD 국가 중 최하위 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또한 컴퓨터나 노트북과 같은 기기보다는 스마트폰으로 접속하는 비중이 더 높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근원을 추측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은, 주로 학업, 과제 수행, 배움과 관련이 있기보다는 남은 시간에 여가를 보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훨씬 큽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학생들이 인터넷을 한다는 것은 주로 ‘남은 시간 보내기’, ‘비생산적인 활동’, 심지어는 ‘쓸모 없는 시간’ 등으로 부모에게는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비단 부모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학생들 스스로도 인터넷을 통해 창의적이거나 교육적인 활동, 혹은 배움을 연장해 나갈 기회를 만들기보다는 좀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아 몰입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학교나 가정에서의 교육이 인터넷 활동을 통한 교육과 전혀 연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미국의 경우지만, 인터넷에는 치명적인 위험 못지 않게,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교육적 가능성과 기회를 넓힐 수 있는 곳도 많습니다. 칼럼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테드(TED: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열린 강연), 넘버필(Numberphile: 흥미로운 수학 관련 교육 채널)과 같은 흥미롭고 유익한 교육 사이트들은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다고 합니다. 글쓴이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무조건적인 인터넷 통제는 유익한 교육적 가능성과 기회를 차단하는 부작용을 가져옵니다. 오히려 교육적 기회를 넓혀주면서 인터넷 위험에 대해 적극적으로 함께 생각하고 논의할 기회를 갖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경우 이러한 교육적 가능성과 기회를 제공하는 사이트나 콘텐츠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도되고 있지만, 미래의 교육 유형으로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무크(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 온라인 네트워크 기반 공개 강좌 교육)와 같은 높은 질의 교육콘텐츠가 우리에게는 빈약합니다. 아울러 학생들이 이러한 유익한 콘텐츠를 활용하여 스스로 배워나가는 길이 상당 부분 차단되어 있습니다. 입시 제도나 학교교육과정 등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과제입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영향을 주는 온라인 교육은 오로지 사교육의 인터넷 강의에 한정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조차 온통 입시를 위한 사교육을 여전히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인터넷을 통한 네트워크 교육은 점점 더 확대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 길이 분명하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김다솔 학생이 적시하고 있는 것처럼, 교육적 “성취도가 높은 온라인 활동을 스스로 평가하도록 자녀들에게 가르치고 이를 따르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성숙한 시민적 교양과 전문 지식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충분히 제공하고 이를 스스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인터넷 통제는 자녀가 왜 통제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때에만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글쓴이의 주장에 백번 공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디지털 시민교육의 출발은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소요와 함께 고민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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