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캐임브리지 대학교 법학부 크리스토퍼 마르쿠 연구원은 최근 ‘감정과 권리를 지닌 로봇과 인공지능에 대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에 관한 글을 연구조사 전문 사이트 ‘더 컨버세이션, The conversation’에 기고했습니다. 이 기고문에서 마르쿠는 유럽의회 법률위원회가 2017년 2월 17일 인공지능의 개발과 관리, 사용을 위한 보고서 초안을 통과시킨 사안을 언급합니다. 이 보고서 초안에는 극도로 정교한 인공지능을 ‘전자인간’으로 규정해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는 지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해 마르쿠는 ‘전자인간’ 또는 ‘로봇인간’ 문제에 대한 토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으며, 이제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합니다.
마르쿠가 언급한 유럽의회 보고서는 인공지능과 로봇을 위한 유럽연합의 기구 설립, 스마트 자동 로봇에 대한 법적 정의, 가장 진보된 로봇의 등록 시스템, 로봇이 손상을 입거나 손해를 끼쳤을 경우를 대비한 의무보험 체계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량 실업 사태를 초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동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으로 기본소득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 기고문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발전이 던지고 있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 중에서, 로봇의 법적 권리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라는 사실입니다. 마르쿠는 기고문에서 “인간 두뇌 복제물을 분리하거나 양도하고 편집한다는 것은 법체계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야 하는 엄청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생물학적 인간의 디지털 사본을 법이 수용할 수 있도록 계약법의 수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금의 법 체계로는 로봇의 권리와 지위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르쿠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복제인간 로봇이 원래의 인간이 지녔던 경험과 감정, 희망, 꿈, 약점, 두려움 같은 의식을 똑같이 갖고 있다면 우리가 인간의 권리를 말할 때 과연 로봇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우리에게 곧 닥칠 현실임을 강조합니다. 그러한 상황이 도래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 인간과 똑같이 복제된 로봇에 대해 투표권을 주어야 하는지, 로봇에 의한 부정선거 가능성을 생각지 않을 수 있는지와 같은 문제들 말입니다. 나아가 비생물학적인 인공지능이나 로봇들이 노화나 질병, 혹는 사망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생물학적 인간이 죽으면 백업 복사본인 로봇에게 그 권리가 이양될 수 있을까요?
마르쿠가 지적하는 것처럼, 우리 인간은 생물학적 지능에 대해 인간만이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는 ‘배타적 권한’을 견지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비생물학적 존재인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이를 대체하는 것을 매우 불편해 하고, 불안해 하며, 두려워합니다. 이러한 신성불가침에 가까운 가치가 로봇에 의해 변용될 수 있다는 점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불안과 두려움에 마냥 머물러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이미 인간의 영역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전자인간’, ‘로봇인간’ 문제를 마냥 배타적으로 외면할 수도 없습니다. 인공지능과 로봇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주 소요 콘텐츠, <감정과 권리를 지닌 인공지능 로봇,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를 함께 보면서 이러한 생각과 고민의 시간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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