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대체로 인해 실업자가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은 이제 전혀 새롭지 않습니다. 2016년의 다보스 포럼이 경고하고 세계적인 싱크탱크들이 예측하듯이 혼자서 여러 사람 몫을 너끈히 해내는 로봇과 인공지능이 결합할 경우, 중산층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제조업과 일반 사무직의 여러 일자리들은 쉽게 대체 될 것이며, 이 경우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일자리가 감소하는 것은 명백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반드시 일자리가 감소하는 것은 아닐 것이며, 오히려 일자리가 더 생겨날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반된 주장은 저마다 일견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기에, 듣는 이들로 하여금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게 만들기도 합니다. 게다가 비슷한 주장을 하는 이들에게서 공통적인 점을 찾아내기도 어렵습니다. 노사관계에 따라 입장이 달라지거나, 종사하는 직종이나 직업에 따라 뚜렷한 경향성을 나타낸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뜻입니다. 그나마 IT 거대기업들 내부에서 인공지능기술의 진척 정도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편입니다. 즉, 현재 앞서가는 인공지능기술을 축적하고 있는 곳에서는 긍정적인 의견을, 그렇지 못한 곳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창업박람회 성격의 ‘비바테크 컨퍼런스(VivaTech Conference)’에서 구글의 회장인 에릭 슈미트(Eric Schmidt)는 인공지능으로 채울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인공지능과 사람의 협업을 강조했습니다. 슈미트 회장은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의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현재 일자리의 90%는 완전히 자동화 될 수는 없는 것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일부 단순반복적인 작업은 대체가 되겠지만, 사람이 하는 작업의 상당수는 그렇게 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러한 사실로 볼 때, 여러분의 미래는 컴퓨터와 함께 하는 것이지 컴퓨터에 의해 대체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미래에 좀 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컴퓨터와 함께 일을 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일시적으로는 직업이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채워질 수 없는 직업들이 있을 것이며, 이를 채우는 방법은 사람에 컴퓨터를 더하는 방법뿐이다. 그리고 컴퓨터는 사람을 더 똑똑하게 만들 것이다. 더 똑똑해지면 월급은 올라갈 것이고, 이렇게 되면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내 생각에 미래에는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늘어날 것 같다.”라고 주장하며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증가를 주장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비바테크 컨퍼런스’에 참가한 제네럴 일렉트릭의 최고책임자인 제프리 임멜트(Jeffrey Immelt)는 “GE의 근로자 33만명 중에 어제 생산적인 하루를 보낸 이는 없다. 완벽하게 생산적인 하루를 보낸 사람이 없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디지털 도구 및 그런 것들을 이용하면 현재 작업인력들을 생산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얼마전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or.kr)에 의해 열린 ‘인공지능 신산업 융합 포럼’에서 참가자들은 유사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인공지능과 관련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며, 이는 마치 인터넷 초기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의 일자리가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해 늘어나게 될지 줄어들게 될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저마다의 판단으로 주장하는 의견에는 그만큼의 근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사회 전체로 퍼져나갈 충격을 최소화하는 일입니다. 일자리가 줄어든다면 기본소득을 비롯한 각종 사회 안전망을 갖추어야 할 것이며, 일자리가 늘어난다면 그 고용의 질은 어떠한지를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일자리와 관련된 논란이 옥신각신하는 말싸움에 그치게 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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