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송두리째 뒤바꿔 놓을 기술로 여겨지는 ‘인공지능’의 발전은 과연 어느 수준까지 이루어졌을까요? 사실 관련 논문을 보고 이해할 수준이 되거나, 관련 업계에 몸담고 있지 않는 한 일반인이 이를 알기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개별 기술에 대한 소식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기술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 더 쉬운 이해방식일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앞으로 몇 년 뒤면 이러저러한 기술이 현실에 적용될 것이다’와 같은 미래 예측이 더 이해하기 쉬울 수도 있는 것입니다. 물론 미래 예측은 엄밀한 방법은 아니지만, 누가 예측하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변화할 기술의 흐름을 비교적 정확하게 나타내 줄 수도 있습니다.
지난 5월 30일 인터넷 상의 피어리뷰(논문을 공개한 뒤 동일 전공 연구자들의 평가를 받는 일) 오픈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org)에는 인공지능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직업을 얼마나 빨리 대체할 지를 예측한 논문이 한편 등재되었습니다. ‘언제 인공지능은 사람의 능력을 능가할까? 인공지능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When will AI exceed human performance? Evidence from AI experts)’라는 제목의 논문은,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의 연구진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연구로서 현재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있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 2015년에 인공지능 관련 학회에서 연구논문을 발표한 사람들 1634명 중에서 조사에 응답한 352명의 의견을 바탕으로 연구를 수행했으며, 설문조사의 내용은 ‘언제쯤 AI가 특정한 일(빨래 개기, 언어 번역)을 할 수 있을지’와 ‘특정한 직업에 있어서 인공지능이 사람을 능가하게 되는 시점’ 그리고 ‘모든 업무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시점’과 ‘이러한 인공지능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우선 이들은 자신들의 연구가 지칭하는 인공지능을 ‘HLMI(High-level machine intelligence, 상위수준 기계지능)’이라고 부르면서 이를 ‘사람의 도움없이 기계가 사람보다 더 낮은 비용으로 모든 업무를 더 잘할 수 있는’ 상태로 정의했습니다. 즉, 혼자서도 업무를 익혀서 사람의 조작이나 도움없이도 지금 사람들이 하고 있는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상태를 지칭한 것입니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전문가들은 이러한 ‘HLMI’가 등장할 확률이 50%가 되는 시점을 45년 내로 예상했으며, 등장확률이 10%가 되는 시점은 9년 내로 예상했습니다. 또 모든 직업이 자동화되는 ‘완전한 자동화(Full Automation)가 이루어지는 시점’을 묻는 질문에 관해서는, 이루어질 확률이 50%가 되는 시점은 122년이었으며, 10%가 되는 시점은 9년 이내라고 대답했습니다.
한편, 이들은 인공지능의 연구와 개발이 자동화 되고 나면 AI의 발달이 폭발적으로 빨라질지, HLMI의 개발이 경제 성장에 영향을 줄지, 이러한 일들이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질는지 그리고 인공지능의 발달이 사람들에게 이로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에 관해서도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조사 결과를 통해 알아본 연구자들의 생각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67%의 연구자들은 최근 인공지능의 발달 속도가 자신들이 처음 관련 연구를 시작했을 때 보다 빨라졌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응답자들의 연구 경력 중간값은 6년이었습니다.
2. 일단 특정 분야에서 인간을 앞지르는 인공지능이 나오게 되더라도, 모든 분야에서 인간을 앞지르는 인공지능이 출현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HLMI가 등장하는 분야가 생겨난 뒤 2년 내로 모든 분야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2년 내에 출현할 가능성에 대한 확률 중간값은 10% 였으며, HLMI 이후로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기술발전이 이루어 질 것이라고 보는 확률 중간값은 20% 였습니다.
3. HLMI(상위수준 기계지능)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 같지만, 파국적인 위기도 생겨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HLMI의 효과에 대해서 45% 이상이 인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으며, 15%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4. 응답자의 48%는 인공지능의 위협을 최소화하는 연구에 현재 상태보다 더 높은 순위를 둬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지금보다 덜 중요하게 여겨도 된다고 답한 응답자는 12%에 불과했습니다.
비록 이들 전문가들의 예측이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인공지능 개발의 최일선에서 활약하는 학자들의 견해를 무시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사람들의 직업은 갈수록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어 나갈 것이며, 사람보다 훨씬 뛰어나면서도 스스로 모든 작업을 해나가는 인공지능 혹은 로봇의 등장도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들의 우려대로 인공지능의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로봇과 인공지능이 가져올 충격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