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워싱턴포스트에 눈길을 끄는 기사가 실렸다. 미국의 한 부부와 한 살이 된 아이의 이야기이다. 남자아이는 아직 ‘마마’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 엄마와 아빠를 ‘파파’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아이가 정확한 발음으로 찾는 사람(?)이 있다. ‘아가’이다. 그 ‘아가’는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 ‘알렉사’이다. 아이의 엄마는 ‘아가’와 대화에 몰입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심란함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2014년에 아마존이 인공지능 스피커 알렉사를 선보인 이후, 그 편리함과 업체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불과 3년 만에 미국 인구의 10%가 사용할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애초에 가사 도우미로 기획된 인공지능 스피커가 새로운 육아수단이 되고 있는 것은 예상치 못했던 결과이다. 유투브에는 알렉사나 구글홈과 대화하는 아이들의 영상이 수백만 개 올라와 있다.

이러한 새로운 양상에 업체들은 발 빠르게 대응한다. 장난감업체 마텔은 인공지능 베이비시터를 만들었다가 반대 여론 때문에 철회하였다. 아마존은 에코를 통해 청소년들이 부모의 계정으로 상품주문을 할 수 있게 하였고, 구글홈은 아이들의 숙제를 도와준다. SK텔레콤을 비롯한 국내 업체들은 동화 구연 등 아이들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다. ‘엄마’를 상품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스피커가 아이들의 소통 능력을 키워주고 학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람처럼 생각하고 집착하면 부모와의 심각한 단절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모든 것을 기기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잘못된 환상을 심어주고, 일방적인 명령으로 작동하는 방식이 아이들에게 예의와 공손함을 잃어버리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인공지능은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관계-부모와 자녀의 관계에서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거부할 수 없는 ‘강제’로 다가오고 있다. 부모가 먼저 그 의미를 이해하고, 아이들이 인공지능과 올바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아이들이 받고 싶은 선물을 누구에게 이야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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