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거리와 건물이 CCTV로 물샐 틈 없는 감시망이 구축되었다면 이제는 공중에까지 촘촘한 그물망이 펼쳐질 날이 멀지 않았다. 인공위성이 지구촌을 손바닥처럼 내려다보고 있다면 드론은 보다 세밀하게 사람들을 지켜보는 하늘의 관찰자가 되기 시작했다. 다중이 모이는 곳을 집중 감시하고, 아예 새의 모습으로 변해 스파이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과 인도의 국립 기술과학 연구소가 발표한 ‘하늘의 눈(Eye in the Sky)’이라는 제목의 논문은 드론과 인공지능을 접목해 지상의 위험을 사전에 감지해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실시간 드론 감시 시스템 기술을 다루고 있다. 이 시스템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인간의 위협적인 행동을 인공지능으로 사전에 포착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이 개발한 ‘ScatterNet Hybrid 딥러닝 신경망’이라는 알고리즘은 사람의 신체를 14가지 지점으로 나누어 각각의 움직임이 어떻게 폭력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지 알 수 있게 했다. 이를 위해 주먹으로 때리거나 발로 차고, 목을 조르고, 총을 쏘고, 칼로 찌르는 인간의 폭력적인 행동들이 공중에서 어떻게 보이는 지를 인공지능이 집중 학습했다.
출처 : Eye in the Sky 관련 유투브 캡처
연구진은 이 드론 시스템이 대형 집회가 열리거나 야외 음악회, 마라톤 대회 같이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곳에서 위험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모여있는 대중의 규모에 따라 85%애서 94.1%의 정확도를 보였다고 연구진은 설명한다. 하지만 윤리적 문제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범죄 예방 효과의 이면에는 감시의 음험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드론이 CCTV가 되어 상시적인 입체 감시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드론 감시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니터는 실제 새의 모습을 한 드론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 등 중국의 여러 지역에서 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시성의 서북공업대학 쑹비펑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이 드론은 실제 비둘기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다. 비둘기의 실제 움직임을 90% 복제했고, 비둘기떼와 함께 시험 비행을 했으며, 코드명도 비둘기이다. 쑹 교수는 중국의 스텔스 전투기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출처 :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캡처
무게가 200g인 이 비둘기 드론은 약 50cm의 날개를 퍼덕이며 시속 40km의 속도로 30분 동안 비행할 수 있다. 고화질 카메라와 GPS 장치, 비행 제어 시스템, 위성 통신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소음이 적은데다 실제 새처럼 날아서 안테나에도 잘 포착되지 않는다. 때문에 스파이 역할을 하며 분쟁지역에 대한 집중 감시는 물론 어디서나 비밀리에 감시 활동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중국의 30개 이상 군과 정부 기관이 적어도 5개 이상의 성에 이런 조류 드론을 현장 배치해 운용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의 모습을 한 드론 개발이 중국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의 프리오리아 로보틱스(Prioria Robotics)라는 업체는 조류형 드론을 감시와 정찰용으로 미군에 납품했다. 독일에서는 갈매기 모습을 한 드론이 개발되었고, 네덜란드에서는 매의 모습을 한 드론이 개발돼 공항의 조류 퇴치 용으로 사용되었다. 중국이 이들 드론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군사적 목적을 넘어 민간인 감시에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드론의 용도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교통 법규 위반이나 국립공원 안에서의 불법 행위 단속은 물론 교도소 경비에도 드론이 활용되고 있다. 하늘에서 제약없이 내려다보는 편리함은 편의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 그 다양한 쓰임새가 CCTV와 마찬가지로 예방적 차원이 강조되면서 하늘의 일상적 감시망으로 변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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