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도심 항공 사업을 추진할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의 항공연구총괄본부 본부장을 지낸 인사를 영입했다. 하늘을 나는 플라잉 카(flying car) 사업에 나서겠다는 포석이다. 좁은 장소에서도 뜨고 내릴 수 있는 플라잉 카는 소음과 공해를 줄이는 게 관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터리의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해야 한다.
전기 항공기는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여러 기술 기업과 항공기 제조업체들이 개발 경쟁에 들어갔고, 일부 기종은 상업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배터리 성능 때문에 아직은 많은 승객을 실어 나르는 대형 장거리 항공기보다는 도심의 공중 택시나 단거리 비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부 전기차 모델을 생산하고 있는 현대차도 여기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2019년 파리 에어쇼에 등장한 ‘앨리스’(Alice full-scale)는 이스라엘의 에비에이션(Eviation)사가 개발한 9인승 비행기로 100%로 전기로 구동된다. 한 번 충전하면 시속 442km의 속도로 1천 40km의 거리를 날 수 있다. 한 대 가격이 400만 달러(약 48억원)로 같은 등급의 기존 항공기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스라엘의 테슬라로 불리는 이 회사는 시험 비행을 거쳐 앨리스를 2022년에 미국의 주요 지역 항공사 가운데 하나인 케이프 에어(Cape Air)에 인도하기로 했다.
에비에이션 홈페이지 캡처
유럽 제2의 저가항공사인 이지젯(EasyJet)은 미국의 스타트업 라이트 일렉트릭(Wright Electric)과 손잡고 전기 비행기를 개발하고 있다. 1회 충전으로 최대 540km룰 날 수 있고, 120명의 승객을 태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7년부터 런던-암스테르담 같은 비교적 짧은 노선에 투입될 예정이다. 기존 항공기보다 소음은 50%, 요금은 10% 정도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세계 항공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보잉과 에어버스도 100명 이상 탈 수 있는 전기 비행기 개발에 나섰고, 자동차와 항공기 엔진을 생산하는 영국의 롤스로이스, 독일의 전기전자 업체인 지멘스도 전기 비행기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의 나사는 ‘X-57’이라는 소형 전기 비행기를 개발해 실험하고 있다. 배터리가 작고 가벼우면서도 성능이 뛰어나야 하는만큼 배터리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이 최대 과제다. 가솔린 엔진과 전기 배터리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비행기의 개발이 함께 진행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기 비행기의 상업화는 단거리 항공 노선과 함께 도심의 공중 택시가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헬리콥터 같은 소음 없이도 수직 이착륙 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도심의 교통난 해결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 전세계 170여개 업체가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선두 주자인 미국의 차량 공유업체 우버는 2020년에 호주 멜버른에서 시범 서비스를 하고, 2023년부터는 본격적인 운행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전기 비행기의 등장은 전기 자동차와 함께 시대적 흐름이기도 하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고와 더불어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 활용을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이 전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는 2040년까지 자국의 모든 항공 노선을 전기 비행기로 대체하기로 했다. 전기차의 경우 시장 규모가 2018년 510만대에서 2030년에는 4천4백만대, 누적 판매는 2억 5천만대에 이를 것으로 국제에너지기구는 전망했다. 한국의 전기차는 2019년 8월말 현재 7만 8천대가 운행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억만장자이자 개인 투자펀드 챈들러 코퍼레이션(Chandler Corp.)의 CEO인 리처드 챈들러는 첫 상업 전기 항공기로 기록될 앨리스를 제작한 에비에이션의 주식 70%를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알렸다. “전세계 모든 비행기의 45%가 800㎞ 미만의 짧은 거리를 운행하는데 이는 런던에서 스위스 취리히, 뉴욕에서 디트로이트까지 정도의 거리”이며 “전세계 항공의 절반 가량이 이제 전기항공기 시대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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