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계 최고 최강의 나라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세계를 움직이고, 구글과 애플, MS,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거대 IT 공룡의 기술력으로 지구촌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미국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더믹의 공포를 피하지 못했다.

무력한 초기 대응이 도마에 올랐고, 코로나 진단 시스템의 실패를 자인했다.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었고, 나라의 문을 닫았다. 전례 없는 위협에 전시 수준의 마음가짐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뉴욕 시장은 사상 초유의 조치를 단행했다. 공립학교에 한 달 이상 휴교령을 내렸고, 5만개에 이르는 식당과 술집, 극장에 영업 중단 조치를 취했다. LA를 비롯한 많은 도시와 주들도 유사한 비상 조치에 돌입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야간 통행금지가 시행되었다.

뉴욕 맨하탄

코로나 사태는 미국 정부의 보건 대응 태세의 허점만 아니라 미국 사회의 취약한 사회 구조도 함께 노출시켰다. 미국의 온라인 매체 쿼츠(QURTZ)는 코로나19 팬더믹이 생활의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치면서 미국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추악한 진실에 직면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최강의 경제력, 최고의 기술 국가의 구멍 뚫린 사회 안전망이다.

노숙자와 굶주림

– 공립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수만 명의 아이들이 극도의 어려움에 처했다. 뉴욕에만 집이 없는 학생들이 11만명에 이르고, 70만명 이상이 가난에 찌든 상황이라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많은 사람들이 식사와 의료, 심지어 세탁까지 학교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뉴욕의 북쪽 지역 뉴로셀(New Rochelle)에서는 긴급 방역에 투입된 자원봉사자들과 방위군이 아이들을 위해 식사 준비를 도와야 했다.
– 학교 폐쇄는 대학생들에게도 끔찍한 상황이다. 짐을 꾸려 집으로 돌아갈 형편이 안된다. 대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주거가 불안한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 많은 사람들이 계좌에 저축해 놓은 돈이 없어 집에서 쫓겨나거나 압류의 위험을 안고 살아간다.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 조치로 직장이 폐쇄되고 일을 할 수 없게 되면 이런 심각한 사태는 현실이 된다. 때문에 일부 도시에서는 퇴거 금지 명령을 고려하고 있고, 뉴욕의 일부 집주인 단체에서는 앞으로 3개월 동안 세를 내지 않아도 집을 나가라고 하지 않기로 했다.

유급 휴가와 인터넷

– 어느 나라든 직장이나 회사가 종업원에게 의무적으로 유급 휴가를 주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미국 경제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Center for Economic and Policy Research)는 정부가 노동자들에게 법정 유급휴가를 보장해주지 못하는 유일한 선진국이 미국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의 공정근로기준법(The Fair Labor Standard Act)에는 관련 조항이 아예 없다. 민간부문 노동자의 25%가 전혀 쉬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코로나 사태로 예방 조치 차원에서 유급휴가를 확대하고 있는 곳이 그나마 늘고 있다.
– IT 왕국 미국의 디지털 격차는 심각하다. 학교 폐쇄로 학생들은 집에서 온라인으로 공부할 수 있지만 인터넷 접근이 여의치 않은 아이들도 많다. 펜실베니아의 경우 23%의 가정이 초고속인터넷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열악한 환경의 요양원과 교도소

– 요양원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매우 취약한 곳이다. 24 시간 케어를 받는 부유층과는 달리 미국은 중산층이나 빈곤층의 노인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머무를 요양원을 찾아보기 힘들다. 돌 볼 사람이 부족하고 시설도 열악하다.
– 인구 120만의 오하이오주 쿠야호가 카운티(Cuyahoga County)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대비해 수백명의 구금자를 석방했다. 과밀하고 위생 환경이 취약한 미국 교정 시설의 현실을 반영한다. 단지 보석금을 낼 형편이 안돼 감옥에 갇혀 있는 이들을 우선 풀어 주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구글이 임시 개통한 코로나19 자가진단 웹사이트

국가비상사태 선포로 미국은 500억달러(약 60조원) 규모의 재난구호기금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고, 하원은 110쪽의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 내용은 역설적으로 미국 사회의 그늘을 입증한다. 법안에는 코로나19 무료 검사와 실업수당 확대, 어린이와 노인을 위한 식량지원 프로그램 확대, 근로자의 유급 병가 보장 같은 내용이 들어있다.

MS의 검색 엔진인 빙(Bing)이 코로나19 확산 관련 뉴스와 정보를 제공하는 전용 웹사이트(bing.com/covid)를 개설했고, 구글의 의료기술 자회사인 베릴리(Verily)가 예방과 교육, 의료 등의 정보를 제공하며 코로나 감염 여부를 자가 진단을 할 수 있는 전용 웹사이트(projectbaseline.com/study/covid-19)의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생활의 모든 분야를 간여하고 있는 미국의 글로벌 IT 기업들의 첨단 기술이 코로나 팬더믹 종식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그 힘의 원천이 미국에 있지만 안전망에 기초한 사회 구조는 취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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