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과 주거, 방범, 환경 등 도시 전반의 각종 문제와 비효율성을 해결해 시민들이 쾌적하고 편리한 삶을 누리도록 하는 꿈의 도시, 스마트 시티(smart city) 건설은 시대적 흐름이다. 세계 유명 도시들이 저마다 스마트 시티의 가치를 내걸었지만 캐나다 토론토가 단연 돋보였던 것은 그 중심에 구글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Alphabet)의 계열사 사이드워크랩스(Sidewalk Labs)가 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 사업은 하지만 구글 측이 ‘전례 없는 경제 불확실성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된 것을 이유로 손을 들면서 2년 반 만에 무위로 끝났다. 세계 경제를 침체의 늪에 빠지게 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업 포기 선언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도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직원들에게 채용을 보류하고 투자를 조절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구글의 기술력이 총동원된 미래 도시 토론토 스마트 시티는 이제 아이디어로만 남게 되었다. 1500쪽의 마스터 플랜에는 자율주행 셔틀 차량 운행, 목재만 사용한 친환경 건물, 눈이 오면 스스로 녹는 도로, 보행자가 비를 맞지 않게 하는 자동 어닝 시스템,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교통 체계, 광대역 고성능 통신망에 의한 대기 오염과 소음 측정, 지하 터널을 통한 로봇의 화물 수송 등 원대한 계획이 담겨 있었다.

사이드워크랩스 홈페이지 캡처

스마트 시티 좌절이 코로나 직격탄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도시의 활성화, 새 일자리 창출, 첨단 기술의 향유 같은 장밋빛 전망으로 기대를 한껏 높였지만 2017년 10월 첫 발표 이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혜택과 편의의 대가로 구글에 넘겨주어야 하는 개인 정보와 데이터, 상시적인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을 둘러싸고 갈등이 쌓이고 반대 여론에 직면했다.

사업 계획을 일부 조정하고, 데이터를 구글의 사유화가 아닌 공공자산으로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2019년 말에 가까스로 조건부 승인이 이루어졌지만 불신과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지 못했고, 사업 추진도 탄력을 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는 구글의 거침없는 질주와 투자에도 영향을 미쳤고, 최종 승인 절차를 앞둔 시점에서 구글의 사업 포기 선언으로 이어졌다. 구글의 좌절을 한 가지로만 단정지을 수 없게 만드는 이유다.

스마트 시티는 첨단 정보통신 기술과 방대한 데이터를 근간으로 한다. 사물 인터넷, CCTV, 각종 센서 등으로 촘촘히 연결되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모든 것을 추적하고 관리한다.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 그물망 속에서 살고 있다. 코로나 현실은 이를 더욱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보의 통제권을 갖고 있다는 것은 언제든 이것을 다른 의도로 활용할 수 있고, 감시와 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을 선의로만 인식할 수 없는 불안감이 상존하기 마련이다.

좌절된 스마트 시티는 구글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을 뿐 아니라 캐나다와 토론토 시민들 사이에도 반목과 앙금을 남겼다. 제국으로 일컬어지는 세계 최고 기업 구글의 기술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도시 재생의 세계적 모범 사례가 되겠다는 원대한 계획이 물거품이 된 것은 궁극적으로 기대와 목표에 비해 시행 과정에서의 부작용 가능성과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안전 장치는 소홀히 다루어진 데서 기인한다.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신뢰를 담보하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교훈을 남겼다. 기술이 주도하는 미래 사회의 우선 순위에 대한 고만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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