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이라는 기상청의 올 여름 날씨 예보가 철저히 빗나가고 기록을 갈아치운 역대급 최장기 장마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틀린 예보 역시 역대급입니다. 내가 사는 시골 동네도 온통 물난리입니다. 우리집은 외벽 일부가 무너지는 피해를 입었는데 쏟아지는 비 때문에 공사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연이 가져온 재앙, 이상 기후 현상에 속수무책인 상황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 현상으로 날씨를 예측했습니다. 청개구리가 울고, 잠자리가 낮게 날고, 달무리가 지면 비가 올 징조로 여겼습니다. 북풍이 불면 추위가 닥치고, 가을 밤하늘이 유난히 맑으면 큰 서리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금은 인공위성과 레이더 등 첨단 장비가 동원됩니다. 비와 구름, 풍향, 풍속, 습도 등을 관측한 방대한 자료를 슈퍼컴퓨터가 계산하고 분석해 날씨의 변화를 알려줍니다.

예보가 빗나갈 때마다 기상청의 슈퍼컴퓨터는 동네북이 됩니다. 수백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었는데도 제몫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기상청의 슈퍼 컴퓨터는 5년마다 새로 교체하는 데 지금은 2018년에 도입된 5호기가 가동중입니다. 70억 명의 사람이 하루 24시간씩 40년 걸려 할 수 있는 계산을 단 1시간에 끝낼 수 있다는 게 당시 설명이었습니다. 이런 괴력은 엄청난 전력 소비를 가져와 한해 전기요금만 25억원 가량 든다고 합니다.

문제는 슈퍼컴퓨터가 틀릴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번 예보가 빗나간 게 북극 지방의 고온 현상이 예측에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운용의 잘못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사실 급변하는 자연 현상인 기후의 변화를 정밀하게 추적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그렇다면 다른 방식은 없을까요? 요즘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인공지능을 투입할 수는 없을까요?

구글 포스트 캡처

2020년 1월 구글은 자체 블로그 포스트에 날씨를 예측하는 “나우캐스트(Nowcast)”의 개발 소식을 전했습니다. 나우캐스트는 레이더 기상 관측 자료와 위성 사진 등을 수집해 ‘유넷(U-Net)’이라는 AI 신경망 아키텍쳐 기술을 이용하는 계산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아직 초기 단계이고 데이터가 많지 않지만 기존의 방식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구글은 주장합니다. 슈퍼컴퓨터는 정보를 분석하는 데만 6시간이 걸리지만 AI는 5~10분이면 가능하고, 가로 세로 1km 단위로 상세한 예보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구글은 우리의 기상청에 해당하는 미국 해양대기청(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NOAA)의 예보 시스템과 비교했는데 1~3시간 초단기 예측에서 10배나 정확한 성능을 보였다고 전합니다. 5~6시간 이상 예보에서는 해양대기청의 기존 방식이 우세했습니다. 구글 뿐 아니라 IMB이 개발한 기상 예측 시스템도 있습니다. 슈퍼 컴퓨터를 기반으로 AI와 사물인터넷(IoT), 빅테이터를 접목한 것으로 현재 상용화 중입니다. 네이버도 이 시스템을 채택해 글로벌 날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순수한 AI 날씨 예측 시스템인 나우캐스트를 아직 상용화 할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가능성만 열어놓았을 뿐 검증에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충분한 데이터 확보도 관건입니다. 결론적으로 기상 예측 분야에서 AI의 전면적 활용은 아직 시기상조로 볼 수 있습니다. 세계 각 국이 여전히 슈퍼 컴퓨터에 의존하는 이유입니다.

날씨를 다스리기는 어렵지만 대비는 가능합니다. 물론 예측이 전제 되어야겠죠. 종횡무진 전국을 뒤흔들고 있는 장마를 쫓는 과학 기술의 힘은 느리고 더디기만 하게 느껴집니다. AI와 첨단 기술이 우리의 삶의 방식과 산업의 생태계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지만 가공할 자연의 위력 앞에서는 여전히 속수무책인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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