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5년에 설립된 영국의 버버리는 의류와 패션 장신구, 향수, 화장품 등을 제조 판매하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다. 고유의 체크무늬는 버버리를 상징한다. 위챗(WeChat)은 중국의 텐센트가 2011년에 내놓은 모바일 메신저다. 월간 이용자 수가 무려 10억명이 넘는다.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업체가 중국에서 손을 잡았다.
7월 31일 중국 심천에 버버리 매장이 새로 문을 열었다. 럭셔리하게 꾸며진 매장 분위기는 여느명품 브랜드와 다름없다. 특이한 것은 소셜 미디어와 결합해 차별화를 꾀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소셜 리테일 매장(social retail store)’이다. 오프라인 매장에 소셜 공간을 연결하는 신개념을 도입한 것은 명품 브랜드로서는 버버리가 처음이다.
버버리와 텐센트는 위챗에서 작동하는 사용자 정의 미니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고객은 자신의 프로필을 만들고 만화 형태의 아바타를 받는다. 이 앱을 통해 매장 안 세 개의 테마로 이루어진 피팅룸을 예약하고, 미리 선택한 옷을 입어보는 동안 자신만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고객은 또 이 앱으로 매장 내 카페를 예약할 수 있으며 스타일리스트나 다른 서비스 약속을 잡을 수 있다.
매장의 모든 상품에는 QR 코드가 있다. 스캔을 통해 상품에 대한 보다 많은 정보와 더불어 스타일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매장 안에는 상호 소통하는 윈도우 디스플레이가 있다. 버버리의 2020 가을과 겨울 패션을 보여준다. 거울과 스크린은 이를 바라보는 고객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고객이 관심있어 하는 제품을 캡처하거나 공유할 수 있게 해준다.
고객들의 이런 신개념 매장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버버리는 프로그램에 ‘소셜 커런시(social currency)’를 적립할 수있는 보상 방안도 마련했다. 이것으로 동물 아바타를 위한 새로운 캐릭터와 의상, 매장 내 카페의 특별한 메뉴 등을 제공한다.
미래 지향의 소셜 리테일 매장이 뉴욕이나 런던이 아닌 중국 심천에 등장한 배경은 무엇일까? 중국은 디지털 기술이 급성장하고 있고, 활용 측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천만 인구의 심천은 중국이 가장 먼저 개방한 경제개발특구로 홍콩과 마카오 다음으로 소득 수준이 높다. 그만큼 명품 구매력을 갖춘 고객이 많다는 뜻이다. 중국에는 61개 버버리 매장이 있고, 더욱이 버버리 전체 매출의 40%는 중국에서 나온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된 지금도 명품 브랜드는 고급스럽고 화려한 기존 방식의 오프라인 매장을 선호한다. 기술보다는 사람에 의한 최상의 서비스를 앞세운다. 실제 매장 환경과 온라인 공간을 연결하는 소셜 리테일 방식의 명품 매장이 확대될 지는 미지수다. 중국이 그 실험 무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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