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1일, 중국의 설 특집 프로그램 춘완(春晚)이 방영되었습니다. 춘완은 중국 국영방송(이하 CCTV)에서 주최하는 프로그램으로, 매년 평균 시청률이 40% 이상을 기록하는 등 인기가 대단합니다. 춘완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중국의 전통문화 행사이지만, IT 기업들 사이에선 “춘절 전쟁(春节大战)”이라고 불립니다.
그 이유는 CCTV가 춘완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마다 함께 활동을 진행할 IT 기업을 선정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IT 기업들이 이를 대규모 트래픽을 유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기고 CCTV 협력사가 되기 위해 경쟁하는 것입니다. 올해는 틱톡(抖音)이 단독으로 CCTV와 파트너십을 맺었는데, 이전에는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콰이쇼우 등의 IT 기업들이 담당했습니다.
춘완의 메인이벤트는 단연 홍빠오(红包, 특별한 날에 주는 용돈 개념) “뿌리기”이며, 틱톡은 춘완 방송 당일 총 12억 위안(한화 약 2060억) 상당의 홍빠오를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참고로 2019년은 바이두가 9억 위안(한화 약 1550억), 2020년은 콰이쇼우(快手)가 10억 위안(한화 약 1723억)의 홍빠오를 지급했습니다. 텐센트 역시 2014년 춘완 행사에서 위챗을 통해 홍빠오 거래 기능을 선보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위챗페이를 빠르게 보급하고 국민 소셜 앱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춘완은 기업들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트래픽 대응 테스트를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입니다.
물론 CCTV와 파트너십을 맺지 않은 IT 기업들도 독자적으로 홍빠오 추첨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를 또 “홍빠오 전쟁(红包大战)”이라 부르며, 바이두, 핀둬둬(拼多多), 콰이쇼우 등은 이번 춘절 기간 동안 20억 위안(한화 약 3500억)이 넘는 홍빠오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틱톡 역시 춘완 행사와는 별도로 8억 위안의 홍빠오를 추가로 제공했는데, 이들 기업의 목적은 어플 다운로드 및 트래픽 확보로 보입니다.
틱톡 데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춘절 기간 홍빠오 거래 횟수는 약 703억 건으로 역대 최다 거래량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트래픽을 처리하기 위해 알리클라우드, 텐센트클라우드, 징둥클라우드 등 중국 최고의 클라우드 기업들도 손을 잡고 원활한 네트워크 환경을 제공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주목받은 클라우드 기업은 징둥클라우드입니다. 징둥클라우드 측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의 도커(Docker) 클러스터 및 쿠버네티스(Kubernetes) 클러스터를 갖추었고, 거대한 CDN(Contents-Delivery Network) 리소스(전 세계 1000개 이상의 CDN 노드)를 보유했다고 합니다.
텐센트클라우드 역시 생방송 서비스 어플리케이션 TRTC(Tencent Real-time Communication) 기술 등을 통해 안정적인 네트워크 통신을 보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고, 알리클라우드는 225개국 8억여 명의 구매자가 참여한 쐉스이(双十一, 광군제)에서 거대 트래픽을 처리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올해 춘완은 쇼트클립 영상 및 생방송 시청, 세배 영상 촬영 등 다양한 이벤트가 거의 동영상 중심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입니다. 틱톡 측 데이터에 따르면, 춘완 생방송 누적 시청자 수는 12억 2100만 명이고, 가장 많을 때는 498만 4600명이 동시에 시청했다고 합니다. 2월 4일 샤오녠(小年, 음력 12월 23일)부터 2월 11일 섣달그믐까지 틱톡에 업로드된 모든 세배 영상의 누적 조회 수는 506억 건, 좋아요 수는 62억 건을 기록했습니다.
CCTV 협력사로 춘완 활동을 진행한 기업이 2020년은 콰이쇼우, 2021년은 틱톡이라는 사실은 중국 인터넷 업계의 생태계 변화를 보여줍니다. 실제로 2014년부터 2019년까지는 전형적인 거대 기술 기업인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춘완의 주된 협력사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중국 인터넷 비즈니스의 중심은 동영상, 특히 쇼트클립과 생방송이 되었으며 틱톡, 콰이쇼우, 핀둬둬 등의 동영상 플랫폼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인들 역시 정적인 소셜앱과 전자상거래 앱으로 홍빠오를 주고받는 것보단 동적인 동영상 앱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인민일보가 설명한 것처럼 중국에는 이미 “동영상 소셜 시대(Video Socialization era)”가 도래했으며, 동영상 산업은 더욱 빠르게 발전할 것입니다. 바이두, 텐센트, 틱톡, 콰이쇼우, 핀둬둬 등 수많은 동영상 플랫폼들 중에서 과연 어떤 플랫폼이 시장을 리드할 수 있을지, 또 어떤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가 나올지 궁금합니다.
하나의 나라에서 움직이는 역동성이 어마어마 하네요!!
모르는 단어와 내용들이 많아서 이해가 덜 되긴 하지만…
중국이 정부 주도하에 인공지능을 교육하고, CCTV를 늘리고, 현금에서 카드 없이 바로 모바일 결제로 건너뛰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제적이긴 해도 효과적으로 전 국민들이 변화에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어차피 해야 될 일, 할 일이라면 즐기고 받아들여야 맞는 거기도 하고요.
공산당만 아니라면 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은 부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