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네탸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 공습을 멈추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열흘째 계속되고 있는 양측의 충돌로 5월 20일 현재 어린이 63명을 포함한 21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페이스북이 24시간 ‘특별 운영 센터’(special operations center)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반목과 적대는 역사를 한참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세계의 화약고 가운데 하나인 이 지역에서 양측의 충돌은 빈번히 발생했다. 그리고 또다시 전쟁이나 다름없는 폭격과 인명 살상이 진행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왜 비상 조직 운영을 발표하며 이런 상황에 끼어들게 되었을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은 전투기와 로켓포만 아니라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소리 없는 전쟁도 벌어지고 있다. 거짓 정보와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폭력을 선동하고 증오를 부추긴다. 소셜 미디어가 무기가 되고 있다. 페이스북의 ‘특별 센터’는 여기에 대처하는 임무를 맡았다. 아랍어와 히브리어를 사용하는 원어민 전문가들이 무력 충돌 관련 소셜 미디어 콘텐츠를 면밀히 살펴 보고 걸러내는 신속 대응팀인 것이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대변인이 트위터에 28초짜리 영상을 올렸다. 가지지구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이스라엘 민간인 밀집 지역에 포켓포를 발사하는 장면을 담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 영상을 공유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 영상은 현재 상황이 아니라 2018년 것이었다. 더욱이 원본 영상에는 로켓이 가자지구가 아닌 시리아나 리비아에서 발사된 것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페이스북이 운영하는 왓츠앱(WhatsApp)에는 팔레스타인 폭도들이 이스라엘 사람들을 공격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히브리어 파일이 나돌았다. 왓츠앱과 텔레그램에는 이스라엘의 몇몇 지역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면서 ‘팔레스타인들이 오고 있으니 부모는 자녀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공유되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바닥에 흥건한 피를 닦고 있는 어린이 모습이 소셜 미디어에 급속도로 확산했다. 이 사진에는 가지구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5살짜리 아이가 집에서 죽은 어머니와 가족들의 피를 닦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알라신이여 단합하게 힘을 주시고, 승리하게 하소서’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누가 보아도 이스라엘의 공격에 의한 끔찍한 참상이다.
로이터는 팩트체크를 통해 이 사진과 글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충돌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부모가 운영하는 가축 도살장에서 아이가 피를 닦아내며 청소하는 모습으로 무려 9년 전의 사진이었다. 더구나 장소도 가지지구 아닌 다른 곳이었다.
왜곡된 애국심, 상대방에 대한 증오심, 그리고 특정 조직에 의한 고도의 심리전으로 거짓이 사실이 되고, 거짓과 사실이 섞이고, 여론이 조작되는 게 비일비재하다. 교묘하게 꾸며진 이런 내용은 전통 미디어로 확대 재생산되기도 한다. 그 바탕을 소셜 미디어가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는 그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지니고 있다. 미국 대선을 흔들었고,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피플 파워를 형성하기도 한다. 거짓과 가짜, 공작의 위험성이 상존하며 생활의 동반자가 되었다. 페이스북 ‘특별 운영 센터’는 당연한 업무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세상을 지배한 소셜 미디어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전세계 그물처럼 펼쳐져 있는 소셜 미디어 연결망은 거대한 힘이 되어 모든 일에 간여하고 책임져야 할 상황이 되었다. 페이스북은 최근 논쟁적 인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 정지를 6개월 더 연장하는 결정을 하기도 했다. 콘텐츠의 옥석을 가리는 정밀한 분별력과 더불어 그 자체가 막강한 힘이 되어버린 소셜 미디어를 다각적으로 점검하고 감시해야 할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은 온오프라인으로 커지고 있는 반면, 높은 정보접근성 때문인지 지구촌이라는 좁은 세상에 산다는 느낌도 강합니다.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삶이 중요시 되면서 잘 알지 못하는 타인의 삶에 무뎌지고도 있고요.
그래서 현재의 저는 정보는 오지만 공감은 오지 않는 이상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피 흘리며 싸우는 저들의 다음 순서가 누구일지 알 수 없으며, 가짜뉴스를 선동하는 자들이 내 곁에도 넘칠테고, 소셜미디어의 책임을 위한 지배력은 간단하게 나를 통제할지도 모르지만 민감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이해, 소통, 공감하려는 태도가 있어야 기사에도 관심을 가지고, 어떤 면이 문제인지 들여다 볼 눈이 생길텐데…
아마도 제가 세상이 변하는 속도를 따라 갈 수 없어, 넋 놓고 멍 때리는 상황이라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일단 공감 가는 주변 기사부터 진짜와 가짜를 가려보는 연습을 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