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항공 스타트업 이비에이션 에어크래프트(Eviation Aircraft)의 전기 여객기 ‘앨리스’(Alice)가 현지 시간으로 2022년 9월 27일 아침 미국 워싱턴주 그랜트 카운티 국제공항(Grant County International Airport)을 이륙해 시험 비행을 마쳤다.

CNN 등 외신은 배터리를 동력으로 쓰는 세계 최초 100% 전기 여객기의 시험 비행 성공을 앞다퉈 보도했다. 앨리스는 고도 3500피트(약 1066m)까지 날아오르며 8분간 비행했다. 물론 지난 5월 스웨덴의 스타트업 젯슨에어로의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가 4.8km의 출근길을 성공리에 날아간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이 비행체는 무게 86kg, 최대 비행시간이 20분에 불과한 1인용이다. 앨리스는 승객이 타는 상업용 비행기다. 30분 충전으로 한 시간에 815km를 날 수 있고, 최대 속도는 시속 463km다. 전체 길이 17.4m, 날개 길이 19.2m, 전체 높이 3.8m이며 향후 3가지 버전으로 양산할 예정이다.

이비에이션 에어크래프트 홈페이지 캡처

조종사 2명과 승객 9명을 태우고 385kg의 짐을 실을 수 있는 출퇴근용 여객기, 공간이 보다 여유로운 6인승, 그리고 1200kg까지 짐을 실을 수 있는 수송기 용도다. 앨리스는 지속적인 시험 비행을 실시하며 2025년까지 미 연방항공청(FAA)의 승인을 받고, 2027에는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회사측은 전기 배터리로의 비행기 동력 교체는 피스톤에서 터빈으로 바뀐 1950년대 이후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비행기도 배터리 시대를 여는 역사적인 사건임에 틀림없다. 이미 여러 업체가 이 새로운 전기 비행기 시장을 겨냥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앨리스 충전 모습, 이비에이션 홈페이지 캡처

스웨덴의 하트 에어로스페이스(Heart Aerospace)는 19인승 전기 비행기를 개발하고 있다. 빌 게이츠와 유나이티드 항공이 투자했다. 이미 200대의 사전 주문을 받았다. 미국의 라이트 일렉트릭(Wright Electric)은 대형 상업용 항공기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 NASA와 미국 공군 등이 지원하고 있다. 앨리스는 미국의 케이프에어(CapeAir), DHL, 하와이의 전세기 회사 GlobalX가 구매 계획을 발표했다.

2021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660만대로 1년 전에 비해 2배 넘게 증가했다. 5년만에 10배, 10년만에 100배로 늘었다. 전기 비행도 이런 폭증 추세를 이어갈까? 자동차처럼 될 것 같지는 않다. 여객기 중에 가장 소형인 보잉 737의 최대 속도는 시속 946km, 이번에 시험 비행에 성공한 앨리스는 그 절반에 불과하다.

가장 큰 문제는 배터리 용량이다. 지금으로선 소형 단거리 위주가 될 수밖에 없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배터리 밀도와 비행기 무게 제한 추정치를 통한 분석 결과 19인승 전기 여객기의 항속 거리는 최대 260km 정도라고 밝혔다.

항공기만의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항공기는 공항에 바로 착륙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 공중에서 30분 정도 선회할 수 있는 추가 연료가 필요하다. 비상시에 100km 정도 거리의 다른 공항으로 이동할 수 있는 연료도 확보해야 한다. 가벼우면서도 성능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배터리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전면적인 전기 비행기 시대의 도래는 아직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앨리스 내부 모습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문은 열렸다. 항공산업은 전세계 온실가스의 3%를 차지한다. 지구촌의 모든 나라가 온실가스 문제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이미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ICCT는 전기 항공기가 온실가스 발생을 최대 88% 줄일 것으로 전망한다.

전기 비행기는 이제 시작이다. 장점이 많다. 엔진을 돌리지 않는 만큼 시끄러운 소음에 시달리지 않고 조용하고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전기차처럼 부품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비행기의 유지 보수가 훨씬 쉬어진다. 결국 비행기도 배터리 산업에 의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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