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스마트폰 사용 문제는 부모들에게는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입니다. 요즘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고민 중에서 가장 골머리를 앓게 하는 문제가 바로 ‘스마트폰’을 둘러싼 아이들과의 줄다리기입니다. 오죽하면 ‘스마트폰 전쟁’이라고까지 하겠습니까?

그런데 최근 들어서 학교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알림’이나 ‘과제’를, ‘반톡(학급 대화방)’이나 ‘밴드’와 같은 SNS를 통해 공지하고 수행하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스마트폰 사용 문제로 고민이 많은 현실에서, 일부 학교나 선생님들의 이 같은 방식은 부모들 입장에서는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얼마 전 한 언론에서도 다룬, ‘초등생 숙제도 이제 스마트폰으로?’(서울경제, 2016. 9. 2일자)라는 기사를 보면, 일부 학교의 ‘스마트폰 숙제’ 문제로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 입장에서 보면, 이미 많은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고, 과제나 알림 사항을 신속하게 전달하고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기에 이 같은 방식이 여러 모로 편리할 수 있습니다.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알림이나 공지사항을 전달하는 방식은, 이미 예전부터 시행해 왔기 때문에, 이보다 훨씬 효과적인 방식인 ‘카톡’이나 ‘밴드’의 활용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선택하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선생님들 자신보다는 학생들이나 부모들의 편의를 고려한 결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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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교육적 문제가 들어 있습니다. 우선 디지털기기를 덜 사용해야 하는 어린 아이들에게 기기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어쩔 수 없이 사 주었더라도, 과잉 사용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도 아이들의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을수록 수업 참여, 학업 수행, 건강한 생활 유지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더 많이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오히려 선생님들 스스로 선택했다는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오랫동안 사용해 왔던 ‘알림장’은 여러 가지 의미 있는 교육적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알림장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선생님이 전달하는 내용을 숙지하고, 요약하고, 기록하게 됩니다. 이러한 방식은 선생님을 비롯해서 같은 반 친구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약속을 자신의 방식대로 내면화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선생님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보내는, 카톡 메시지가 갖고 있지 못한 교육적 기능이 들어 있습니다. 이런 좋은 교육적 기능을 가진 알림장이 있음에도 좀 더 신속하다는 이유로, 좀 더 편리하다는 이유로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으로 옳은 일인지 다시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다음으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는,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 않은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의 초등학생 스마트폰 보유율이 매우 높다고 해도, 아직까지 이러저러한 이유로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 않은 아이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특히 여러 이유 중에 경제적 사정이 허락하지 않아 스마트폰을 소유하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이 같은 방식의 과제 수행 요구는 그 자체로 매우 폭력적인 일입니다. 이는 학교와 선생님들 스스로 아이들의 교육평등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 됩니다. 아무리 좋은 교육이라 하더라도 일부의 아이들에게 커다란 상처와 절망을 심어 주는 행위는 선뜻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해야만 과제 수행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이를 이유로 한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막을 명분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처럼 학교 생활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면, 어느 부모들과 아이들이 자신들의 소신대로 스마트폰을 멀리할 수 있겠습니까? 아이들의 건강한 삶을 바라며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은 부모들 입장에서 보면, 일부 선생님들의 이 같은 방식은 오히려 비교육적인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새로운 디지털 사회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디지털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디지털 리터러시)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러한 ‘디지털 리터러시’는 학교교육에서도 제대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스마트폰 숙제’를 유도하는 선생님들의 교육 행위를 ‘디지털 리터러시’에 입각한 실천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직접 작성해서 밴드에 올린 과제물이, 기존의 다른 방식으로 수행한 것보다 더 깊이 있는 결과물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스마트폰을 통한 과제 수행은, 아이들의 생각이나 상상력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이처럼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스마트폰 숙제’ 문제는 원점에서 다시 검토되어야 합니다. ‘스마트폰 숙제’는 결코 불가피한 선택이 아닙니다. 얼마든지 다른 선택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단 한 명의 아이라도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면, 우리는 우선적으로 이 아이를 배려해야 합니다. 또한 편의성과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더 큰 가치의 교육적 의미를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의 생활 환경이 디지털화하면 할수록 아이들에게는 디지털 세계와 거리를 두는 교육방식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자랄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 아이들의 건강한 삶은 디지털 기기 속에 있지 않습니다. 디지털의 과잉이 진정한 교육적 가치의 결핍으로 이어져서는 안 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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