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기성세대들, 특히 아이를 가진 부모님 입장에서 물리칠 수 없는 적과 같았다. 이러한 사실은 20년 전에도, 현재에도 변치 않는 사실이다. 그저 학업을 방해하고 시간을 낭비하게만 했던 이 골치덩어리는 시간이 지나며 거대한 컨텐츠로 변모했다. 그러나 소수의 기성세대를 제외하고 게임은 아직 간단한 놀이로만 인식되고 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이경혁 지음, 로고폴리스 발간)은 그들에게 과거 오락실의 향수를 느끼게 해줌과 동시에 게임이 진화해온 과정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의 시작은 기성세대들의 편견의 시작점을 오락실세대에서 찾는다. 과거 국가의 정책은 오락실을 즐기던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오락은 나쁘고 퇴폐적이라는 관념을 덧씌웠고 이는 현재까지 이어져온다. 오락은 그저 질 나쁜 아이들이 하는 일탈행위로 치부하던 과거의 사회통념은 현재로 넘어오며 pc게이머들의 안 좋은 부분만을 부각시키는 언론이나 정부기관의 한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게임의 순수한 재미와 함께 부수적으로 얻는 정신적, 물질적 이득들은 결코 무시할 수 없기에 게임은 발전하였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또한 게임은 과거부터 게임을 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이 함께 존재함으로써 진화해왔다. 게임은 단순히 자신이 함에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나 남이 하는것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낄 수도 있으며 이를 극대화한 것이 E-sports와 인터넷 개인방송이다. 이러한 것을 책의 저자는 ‘동네고수에서 대도서관’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어떤 오락실이든 ‘원코인 클리어’하는 사람이 아이들의 이목을 끌었듯이 현재의 AOS장르의 고수들도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LOL이란 게임은 이러한 특성을 부각시켜 누구나 고수들의 플레이를 관전할 수 있는 관전시스템을 만들었으며, 나아가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의 세계를 더 한층 활성화시켰다. 이는 게임이라는 장르에서 또 다른 컨텐츠가 창출됨을 보여준 가장 좋은 예시라 할 수 있다.

게임은 그동안 진화해오면서 이에 따라 게임 숙련자의 형태 역시 변화되어 왔다. 과거 스트리트파이터와 같은 대전게임은 내가 얼마나 기술을 잘 쓰는 것에 달린 실력적 요소였다면 디아블로와 같은 RPG는 내가 얼마나 더 오래 앉아있는와 같은 인내심이 더 중요해졌다. 또한 RTS장르의 스타크래프트나 AOS의 LOL은 집중력, 판단력, 손의 빠르기와 같은 복합적인 요소가 적용되어 실력의 세분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MMORPG와 같은 무거운 게임은 AOS등의 판단력과 RPG의 인내심, 그리고 본인의 자본력까지 더해져야만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기에 게임의 진화와 함께 숙련도의 진화를 보여준다.

위에 짧게 언급한 게임들 중, 가장 우리에게 가깝게 다가온 게임은 <스타크래프트>나 <LOL>일 것이다. 저자는 게임의 세대를 크게 둘로 나누며 위의 두 게임을 사용했다. 서로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점과 E-sports로 하여금 또 다른 컨텐츠를 창조해낸 점에서 선정이 타당하다 할 수 있다. 덧붙혀서 <스타크래프트>는 원시적인 래더방식을 이용했다면 <LOL>은 ELO시스템을 이용하며 더욱 세분화된 실력측정과 남에게 과시할 수 있는 등급을 산정하며 대전게임의 더욱 진화된 모습을 보여준 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소개화면>

한편 이 책에서는 컴퓨터 게임이 우리 삶에 얼마나 깊게 연관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도 서술하고 있다. 게임 세대를 크게 ‘스타 크래프트’세대와 ‘LOL(롤,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의 줄임말)’ 세대로 나누며, 이 외에도 유명한 외국게임을 소개한다. 그러나 설명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첫째, 게임세대를 나눔에 있어 국내외의 분간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국내 게이머의 기준으로 봤을때, ‘스타’와 ‘LOL’은 확실히 ‘이스포츠(E-Sports)’를 부흥시킨 최고의 게임이다. 그러나 위의 책에서는 국내에서 유명한 게임보단 해외에서 유명한 게임에 대해 더 많이 서술하고있다. 국내 게이머들은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가 유명했으니 해외에서도 국내와 비슷한 인기를 끌 것’ 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국내에 비해 프로리그도 작았으며 오히려 ‘워크래프트3(이하 워3)’이 훨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성화 봉송주자로서 한국의 워3 프로게이머인 ‘장재호’선수가 선택된 것 역시 이를 확인시켜주는 사실이다.

또한 ‘워3’에 이은 다음 작품 ‘월드오브 워크래프트’가 세계적으로 열풍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였다. 이에 반해 스타크래프트는 ‘전세계 판매량의 절반이 한국‘ 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세계시장보다 한국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두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국내 기준으로 세대를 나눈다면, ‘스타’와 ‘LOL’과 함께 타 게임을 서술할때에 ‘메이플스토리’, ‘창세기전’,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리니지’ 등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작품성이 좋았던 게임들을 소개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만약 세계적인 게임의 흐름을 설명할 경우 ‘워크래프트3’, ‘디아블로’와 같은 ‘블리자드(Blizzard Entertainment, 게임 제작사)세대와 ‘LOL’의 ‘라이엇(Riot Games, 게임 제작사)’ 세대로 나누는 것이 내용 전개의 통일성에 있어 더 매끄러울 것이다.

<발매 20주년을 맞아 새롭게 발매될 스타크래프트 1’의 소개화면>

둘째, 두 세대 사이에 존재하는 공백기간에 대한 설명이 없다.

게임의 세대를 나눌때에 ‘스타’세대와 ‘LOL’세대의 사이의 설명이 부실한 것도 아쉽다. ‘스타’의 프로리그는 ‘마재윤’선수의 승부조작사건으로 인해 완벽하게 몰락한 것은 맞지만 스타리그 개막이후 1,5~2세대 게이머들(임요환,홍진호 등)이 부진하면서 인기가 하락하였다. 이 시점에서 국내에서는 많은 게임들이 출시되었으며 사실상 2005~2009년 은 ‘게임들의 춘추전국시대’ 라고 칭할 만하다. RPG에선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이 유저를 모았고, MMORPG는 리니지,로한,십이지천, RTS에선 NOVA1492,택틱컬커맨더스가 있었으며 국내 온라인FPS계의 한 획을 그은 서든어택 역시 이시기의 게임이다.

또한 LOL의 장르인 AOS 장르의 어머니격인 해외의 DOTA Allstars가 국내 소수의 유저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한국에서 LOL이 완벽하게 성공하게한 밑거름인 CHAOS는 Nicegame TV에서 대회까지 개최되었다. 위에서 설명한 게임외에도 군주온라인,디지몬RPG,얍카,카르마온라인 등 국내게임이 봇물터지듯 나오며 현재의 인터넷 용어, RPG의 생태계등이 정립된 시기라고 할 수 있는 이 시기를 이해하는 것이 지금의 컴퓨터온라인 게임의 환경을 이해하는 것과 직결된다고 생각하기에 책에서 언급이 되지 않는 것이 유감스럽다.

책에서 소개하는 몇몇 게임들은 과거와 현재 각 장르의 게임에서 한 획을 그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인기를 끌지못해 생소한 게임들도 있으나 문명,GTA, 페르소나,XCOM, 워킹데드 와 같은 게임들은 게이머들에겐 한번 쯤은 들어봤을만한 게임이다. 게임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은 책에 자세히 나와있어 생략하겠으나 이 파트를 심도 깊게 읽어봐야 할 이유가 있다. 이는 현실을 게임에 투영하여 무언가를 깨닫게 하거나 현실과 다른 허구속에서 ‘내’가 떨어지는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한 게임들이며 책에서는 이에 대해 쉽고 재밌게 풀어 설명하고 있다.

게임은 이제 단순하게 ‘재미’를 추구하는 것을 넘어서 상업적으로, 학술적인 역할을 넘어서 더욱 의학적으로도 발전해나갈 수 있는 무궁무진한 컨텐츠를 가진 또 하나의 산업이 되었다. 가상현실 속에서의 대리체험은 현실세계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을 실현시킨다. 이는 앞으로 게임이 나아갈 길을 제시함과 동시에 우리가 게임을 어떠한 매체로서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게임 속에서 사용하는 시간이나 아이템이 과거에는 게임 속에 한정되어 있었다면, 이 책에서 셜명하는 바에 따라 어떤 다른 의미로 진화하고 있는지에 대해 놀랄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게임의 잘못된 편견에 갇혀 있는 기성세대들이나 아직 게임에 대하여 잘모르는 젊은 세대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단면적으로 보는 관점이 아닌, 책의 저자처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거대한, 게임이라는 또 다른 컨텐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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