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음성으로 듣기

중지

멈춤

이어듣기

가상현실에서는 현실에서보다 남을 속이는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이 덜 느끼게 된다. 상대방에 대해 서로 알 수 있는 것이 적기 때문이다. 온라인의 익명성으로 인해 디지털 세계에서 사기는 더욱 더 다양하고 예측하기 힘들게 진화해오고 있다. 최근 언론에는 게임 아이템 거래 사기로 피해를 보는 사례들이 많이 등장한다.

사기꾼들은 주로 초, 중학생이나 나이가 많은 중년층을 노리는데, 게임의 초심자비율이 많고 경찰에게 연락하여 수사를 진행하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꺼려하기 때문이다. 피해를 당하고도 불쾌한 경험으로 그냥 넘겨버리는 것은 범죄가 확산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사이버사기를 예방하는 방법과 피해를 입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하는 지를 아는 것은 안전하게 게임을 즐기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RPG게임뿐 아니라 다른 게임 장르에서도 게임아이템의 현금거래는 늘어나고 있다. 게임 아이템 거래를 위한 전문 사이트까지 있는 아이템 거래 시장은 조 단위의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의 사이트거래는 10% 이상의 수수료를 요구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임 아이템 사기는 전문사이트를 통한 거래에서 보다는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직접 거래하는 ‘직거래’ 시장에서 주로 발생한다. 주로 특정 게임의 ‘서버’나 몇몇 커뮤니티의 게시판 내에서 사이트의 수수료 없이, 평균가보다 조금 더 싼 가격에 매매가 이루어지는데 경제적 여유가 없는 초, 중학교 학생에게는 매력적이다.

직거래 시장에서 판매자나 구매자의 정보는 사이트거래와는 다르게 서로간의 아이디만 알 수 있다. 대부분 경험이 없는 구매자는 상대방을 무조건 신뢰하는 경우가 많아서 피해를 보게 된다. 아이템 거래 사기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구매자가 먼저 돈을 송금했는데 판매자가 아이템을 넘겨주지 않거나 아이템은 건네주었는데 구매자가 돈을 주지 않는 것이다.

아이템 거래를 하기 전에 몇 가지 확인을 하는 것은 피해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게임 내에서 거래를 하는 경우, 귀찮더라도 그 사람의 캐릭터 정보, 그 사람이 속한 길드 등 상대방을 알 수 있는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게임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이나 게임 거래 커뮤니티에서 아이디를 검색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한 커뮤니티 내에서의 거래는 주로 카카오톡을 통하여 이루어지는데 안전한 거래를 위한 방법 중의 하나가 ‘인증샷’이다. 인증샷을 찍을 때는 본인의 아이디와 거래자의 아이디를 종이에 쓴 후 주민등록증과 함께 인증하는 것이다. 아무런 보증이 없는 거래의 특성상 서로가 정상적인 거래자라면 이 정도의 확인을 받는데 거리낌이 없을 것이다.

이런 방법들이 아이템 사기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거래 수수료가 부담이 되겠지만 안전한 거래를 위해서는 전문 사이트를 활용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아이템 사기를 당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돈을 먼저 보냈는데 상대방이 아이템을 넘겨주지 않았다면, 판매자와의 대화기록과 인증샷, 그리고 송금한 증명서를 준비하여 경찰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하면 된다. 반대로 게임 아이템을 먼저 주었는데 구매자가 돈을 지불하지 않은 경우는 경찰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이 경우에는 게임사에서 구매자에 대한 신상 정보를 받아야하는데 개인으로서는 불가능하고 경찰도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또 하나 수사가 어려운 이유는 게임아이템이 법적으로 자산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는 아직까지 게임 아이템이 가치있는 재화 혹은 재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사기죄로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템사기의 경우 고소를 진행하고 싶을 때는 자신의 아이템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 거래당시의 사진, 그리고 상대방의 핸드폰번호 혹은 정보가 필요하다.

게임 아이템을 거래하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아직 아이템 거래를 인정하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않고 있다. 그 결과는 아이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부모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이 아이템 거래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알고, 실제 피해가 있을 경우에 함께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내가 모른다고 외면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