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아카데미쿱과 협동조합 소요는 아이들이 넘치는 정보 속에서 ‘참과 거짓’, 그리고 ‘옳고 그름’을 판별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력을 키워주기 위한 철학교육의 방향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그 교육의 기록입니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우리 교육에 새로운 철학교육을 위한 문제 의식과 모델을 제시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 실험에는 아카데미쿱의 다섯분 젊은 선생님들과 소요의 전문가들이 함께 합니다.”


개요

• 제목 : 누가 친구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주제 : 친구, 우정, 우애, 아리스토텔레스, 개념, 정의(Definition)

• 교재 :  <Philosophy for Kids> David A. White, Ph.D.

• 대상: 송파지역 초등학생

• 멘토: 아카데미쿱 심우열


도입

우리는 ‘그 아이는 내 친구야.’라거나 ‘너는 더 이상 내 친구가 아니야!’라는 말을 종종 한다. 윤*, 희*, 인*이는 이렇게 명시적으로 친구 관계를 끊은 적은 없지만, 속으로 ‘쟤랑 놀면 안 되겠다.’라고 생각한 적은 있다고 했다. 친구를 사귀는 일은 우리 삶에 굉장히 중요하지만, 우리는 누가 친구인지 엄밀하게 구분하지는 않는다. 누가 친구인지 판단하려면 ‘우정’이 무엇인지 ‘정의(正意)’해야 한다. 철학자들이 주로 하는 일은 어떤 개념을 정의하는 것이다. 그래야 그 개념에 대해서 정확하게 생각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학자들은 사소해 보이는 것을 꼬치꼬치 캐묻기도 하는데, 아이들은 왜 굳이 그러고 살아야 하느냐며 피곤해했다. 물론 모두가 철학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깊이있는 생각을 위해서 정의를 하는 연습은 중요하다.

책에서는 세 가지 예시를 주고, 이들이 친구라고 생각하는지를 답해보라고 한다.

  1. 존과 짐은 정기적으로 숙제를 함께 하면서 서로룰 도와줍니다. 그들은 친구인가요?

        – O : 인*, 희*, 준*, 윤*, 석*

        – X : 지*(친구인 척 하면서 상대방을 이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2. 메리와 리즈는 함께 재미있는 놀이를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들은 친구인가요?

       – O : 인*, 준*, 윤*, 석*

       – X : 지*, 희*(속으로는 싫어하면서도 겉으로는 친한척하면서 같이 놀 수 있다.)

      3. 피에르와 마누엘이 서로 중요한 문제를 자주 상의합니다. 서로 옳은 일을 하기 위해서 도우려고 노력합니다. 그들은 친구입니까?

      – O : 인*, 희*, 준*, 윤*, 석*

      – X : 지*(비밀스럽게 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소문낼지도 모른다.)

지*이는 일반적이지 않은 대답을 했다. 전학오면서 이전 학교 친구들과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갈등을 겪으면서 인간관계에서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사람 자체를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고, 믿을 만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려고 한다고 했다.


심화

아리스토텔레스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호의가 있다는 사실을 알 때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의 호의에는 필요, 재미, 옳음에 대한 추구가 포함된다. 교재에서는 어떤 주장이 옳은지 검증하려면 ‘반례’를 찾아보면 된다고 말한다. 반례는 어떤 정의가 이야기하는 모든 요소를 만족시키면서 그 정의에 맞지 않아 보이는 사례를 말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친구일까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서로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고, 필요나 재미, 또는 옳음을 함께 추구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이런 관계는 친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지*(지*이의 주장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과 무게가 같다)에 따르자면 속마음은 어떨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나를 친구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같았다. 가장 큰 이유는 나이 차이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친구를 사귈  때 특히 나이를 많이 따진다. 하지만 나이를 따지면서 사람을 만나게 되면 관계의 범위를 한계짓도록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이는 조금씩 배격해야 할 문화인 것 같다.


확장

아이들은 우리가 누군가에게 ‘호의’를 원한다는 건, 자신의 감정을 고려해 달라는 것, 그리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라는 것이라고 했다. 인*이와 준*이는 서로간의 호의를 확인하고 친구가 되기까지는 5분이면 가능하다고 해다. 다른 사람들은 진짜 친구가 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우정 중에서 필요, 재미, 옳음에 대한 추구에 각각 얼마만큼의 비중을 두고 있는지 물었다.

석*, 인* : 33:33:33

윤* : 0:30:70

희* : 0💯0

지*, 준* : 10:50:40

아이들이 정말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여부는 사실 알 수 없다. 그래도 가볍게나마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후기

수업을 마무리하면서 만나지 않고도 친구가 될 수 있을지(윤*, 인*), 친구가 많을수록 좋은 것인지(희*, 인*), 가장 오래된 친구가 가장 친한 친구인지(지*, 윤*, 준*) 등에 대해서도 가볍게 이야기했다. 우리는 별 생각 없이 친구들과 만나고 헤어지지만, 친구 관계란 무엇인지, 누구를 진짜 내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지 엄밀하게 고민하지는 않는 것 같다. 우리 일상에는 우정 말고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따지고 보면 혼란스러워지는 것들이 많다. 이런 것들의 의미를 꼼꼼히 따져보고 나의 삶과의 관계를 올바르게 설정할 때 삶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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