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나 컴퓨터, TV, 게임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의 과도한 스크린 타임(Screen Time)은 늘 논란의 대상이다. 성장기 아이들의 신체 발달 및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의학 전문지 ‘랜싯 어린이·청소년 보건'(The Lancet Child & Adolescent Health)에 이와 관련된 새로운 연구 결과가 실렸다.

연구는 캐나다 운동생리협회(Canadian Society for Exercise Physiology, CSEP)의 ‘아동 및 청소년의 24시간 생활 지침’을 기반으로 했다. 캐나다 오타와의 이스턴 온타리오 아동병원 연구진들이 미국의 8~11세 아이들 4천520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실제 일상을 지침과 비교해 조사한 것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2016년에 처음 발표된 이 생활 지침은 신체 활동을 많이 하고, 충분히 자고, 앉아서 하는 활동을 줄이라는 게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하루에 적어도 1시간 이상 운동을 하고, 스크린 타임은 2시간을 넘지 않으며, 수면 시간은 5~13세 어린이는 9~11 시간, 14~17세 청소년은 8~10시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 두 가지 사실이 확인되었다. 아이들 대다수가 지침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고, 그것이 아이들의 인지 능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면 시간은 51%의 아이들이 준수했지만 하루 1시간의 운동도 하지 않는 아이들이 18%였고, 스크린 타임 규정 시간을 지키는 경우도 37%에 머물렀다. 미국 아이들이 스마트폰이나 TV에 매달리는 시간은 평균 3.6시간으로 지침이 제시한 시간의 두 배 가까이 되었다. 3가지 지침을 제대로 지키는 경우는 5%밖에 되지 않았다.

출처 : 캐나다 CSEP

주목해야 할 부분은 수면과 운동, 스크린 타임이 아이들의 언어 능력과 기억력, 업무 수행 같은 인지 능력과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다. 연구진이 각 가정의 수입과 아이들의 사춘기 전개 상황 등을 감안해 세 가지 사항을 연계시켜 조사한 결과 이게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인지 능력은 수면과 스크린 타임이 주로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과다한 스크린 타임이 결정적 요인이라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아이들의 인지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을 취하게 하고, 가급적 스마트폰을 갖고 노는 시간을 줄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면서 연구진은 부모나 학교,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마트폰이나 TV, 게임기 등 개별 기기 별로 각각 스크린 타임이 미치는 영향을 구분하지 않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연구 결과는 모바일 기기의 과다 사용이 어떤 형태로든지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

한국은 어떤 상황일까?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7년 조사 결과를 보면 만 3세에서 9세까지 유아와 아동의 스마트폰 과의존율이 19.1%, 10살에서 19살까지 청소년은 30.3%로 나타났다. 수면시간도 심각하다. 2017년 교육부의 학생건강검사에서 하루 6시간도 자지 못한다는 응답이 초등학생 2.7%, 중학생 12.4%, 고등학생은 44%나 되었다. 미국의 아이들보다 훨씬 더 큰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을 예방하고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은 세계적 추세다.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스마트폰 과다 사용의 주범으로 인식되는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이용 시간과 가입 연령을 법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15세 미만 학생들이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아예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 제정돼 시행에 들어갔다. 미국의 공립학교 66%가 학생들의 스마트폰 소지를 막고 있고, SNS 접근을 금지한 학교도 89%에 이른다.

아이폰의 애플이나 안드로이드의 구글도 압박을 받으면서 스마트폰 사용을 부모가 모니터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용 시간을 제한할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을 내놓고 있다.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는 자율에 맡길 수 없을 만큼 중독성이 강해 전반적으로 규제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부모가 손설수범해야 해야 하겠지만 아이들이 본받을 수 없을 만큼 어른들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게 또 다른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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