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면서 이웃의 선물도 바뀝니다. 오늘은 대봉감입니다. 아침에는 달디단 무를 주셨습니다. 시부모님께 소고기뭇국을 끓여드려야겠다 했더니 이른 아침 뽑아다 놓으셨지요.
그동안 제게 온 모과와 백일홍, 호박 같은 자연의 것들 대부분은 이웃의 선물이었습니다. 저희집 마당에 있는 백일홍보다 더 꽃이 아름답고, 저희집에서 자란 호박보다 더 튼실한 호박을 갖다주셨지요.
선물을 받으면 때로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눈물이 핑 돌기도 하고요.
지난여름, 서점겸 카페 사업자등록증이 나왔을 때는 파란색 천지갑에 천원짜리 신권을 넣어주셨습니다. 거스름돈으로 쓰라고. 그날은 울었습니다.어쩌자고 이렇게 복을!
못살아요, 했다가 지금은 이렇게 말합니다.
잘 먹고 잘 살게요!
며칠 전에는 서울 나간 김에 샀다며 티셔츠와 청바지를 내미셨습니다. 몸에 꼭 맞는, 디자인도 딱 좋은. 누가 내게 옷을 사줬나. 돌아가신 친정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무슨 복이 이리 많나.
생각해보면 주변에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이 끌어주고 다독여주고 듬뿍 사랑을 준 덕분에 복을 누리고 살았지요.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라고 일찍이 전우익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셨는데, 전 아직도 혼자만 잘 살고 있습니다. 받은 복을 나누며 사는 삶이어야는데‥‥

시골일인출판사. 시골동네서점, 북카페. 북스테이.
여기서 뭔가를 거창하게 하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사명감 같은 것은 더더욱 아니지요.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나이들어서도 일하면서 사는 삶을 위해 이곳에 들어와 공간을 연 것이니 누군가 찾아오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기쁘게 맞이하자.
한 사람 두 사람, 발길이 이어지는 것을 볼 때마다 그래서 감사하고, 기쁩니다. 그런데 경기동네서점전에도 참여하게 되고, 동네 젊은 엄마들이 찾아오고, 서점이라고 먼 곳에서 부러 찾아오는 분이 계십니다. 잘해야겠다는 의무감과 좋은 책을 갖다놓아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깁니다. 혼자만 잘살면 재미가 없다는 것을, 이제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출처] 선물|작성자 생각을담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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