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4세 소녀가 유튜브 스타가 되어 화제다. 뉴스 웹사이트인 버즈피드(BuzzFeed)가 이 백인 소녀를 조명하면서 구독자가 계속 치솟고 있다. 2019년 5월 20일 현재 소녀의 유튜브 계정 구독자는 97만명이나 된다. 얼굴은 앳되어 보이지만 극우의 생각과 주장을 전파하는 유튜브 전사다. 극우 세력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새로운 인물로 등장했다.
소녀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고등학교에 올해 입학했고, 유튜브에서 소프(Soph)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소녀의 유튜브 영상에는 인종차별과 이슬람교에 대한 혐오, 동성애와 소아성애에 대한 과도한 공포를 담고 있다. 진보 자유주의자인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George Soros)도 척결 대상이다. 유튜브를 통해 증오와 분노를 토해내고 있다. 게임 채팅 앱인 디스코드(Discord)에서 소녀의 생각은 더욱 섬뜩하다. 이슬람교도를 모두 가스실로 보내기 위한 히틀러를 원한다고 썼다.
Soph의 유트부 계정
미성년자와 관련한 유튜브에 대한 비판은 성적인 영상물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거나 아이들의 영상을 성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 늘 문제가 되었다. 어른들의 문제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소녀 유튜브 스타는 정반대다. 역설과 비아냥 섞인 유머를 섞었다고 하지만 아이의 독설 영상이 미국 사회에 영향을 미치며 논란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천진난만하고 꿈 많은 10대 소녀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
소녀도 그 부모도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소녀가 자신의 부모와 유튜브 활동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소녀가 어떤 과정을 통해 극우주의자가 되었는지, 그리고 자신의 주장이 미칠 파장과 의미를 과연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유튜브는 현재 미성년자의 계정 개설 연령을 13세로 제한을 두고 있다. 하지만 소녀는 9살 때 이미 여기에 발을 들였다. 유튜브의 생태계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구글과 한 식구인 유튜브가 모든 영상 정보의 포식자가 되어 최고의 지위에 군림하면서 수많은 이용자들을 쥐락펴락 하고 있는 현상은 전세계의 공통적인 흐름이다. 한국에서도 10대에서 50대 이상까지 나이를 불문하고 모든 세대에서 가장 많이 보는 앱이 유튜브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인터넷이나 SNS가 가진 속성이기도 하지만 자극적일수록 사람이 많이 모이고 수익을 낸다. 정보는 많지만 가짜와 거짓이 판치고 진짜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유튜브는 요즘 진영 싸움이 한창이다. 정치 신인은 물론 한물간 퇴물들까지 유튜브에 진출해 존재를 과시하고 막말과 극단의 주장을 쏟아낸다. 권위와 진중함은 찾아보기 어렵고 편을 가르고 만드는 일에 치중한다. 돈벌이 수단으로 개인 방송을 꿈꾸며 불나방처럼 모여드는 이들도 많다. 유튜브는 바로 이런 분위기를 자양분 삼아 공룡처럼 커져만 가는 구조다.
소녀 유튜브 스타는 자극성이 매우 강하다. 극우의 주장, 그것도 10대 여자 아이의 주장은 유튜브에서 눈길을 끌 흥행 요소를 고루 갖추었다. 지금까지는 유튜브의 외설적 콘텐츠 노출이 아이들에게 위해 요인이었다면 이제는 또 전혀 다른 문제가 생겼다. 극단에 주장에 동조하고, 답습하고, 가담하고, 이것을 신앙처럼 여기며 아이들이 직접 여기에 뛰어들 수도 있다는 위험성이다. 유튜브 전성시대가 보여주는 새로운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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